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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컬러TV 100~200달러…북한에도 반도체 공장 있다

[북한 속쏙알기(4)-라이프](종합)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김남이 기자, 양성희 기자 |입력 : 2018.07.25 05:30|조회 : 1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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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북한 주민들은 탈 것, 볼 것, 바를 것, 입을 것을 어떻게 살까. 모든 것을 배급에 의존하던 공산체제에서 보급품 부족으로 생겨난 자생적 장마당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Life) 변화를 들여다봤다.


북한, 장마당서 LCD TV 1대 200달러…100개월 월급



[북한 속쏙알기(4)-라이프: 가전]① 남한 90년대 수준…TV 연간 캐파 2만대 추정

배우 추자현의 남편인 중국 배우 우효광이 주연으로 출연한 중국 드라마 '마오안잉'이 지난 5월 19일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상영되고 있다.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사진제공=뉴시스
배우 추자현의 남편인 중국 배우 우효광이 주연으로 출연한 중국 드라마 '마오안잉'이 지난 5월 19일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상영되고 있다.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사진제공=뉴시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TV와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자 평양 '특별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북한 내 수입이 급증한 중국산 LCD(액정표시장치) TV는 약 100개월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하다.

◇컬러TV 100~200달러 수준…냉장고는 '까까오' 장사꾼 전유물=24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5~2016년 북한의 중국 LCD TV 수입 규모는 약 5600만 달러(약 623억원)로 추정됐다. 평양 등 경제여건이 비교적 좋은 지역의 가정은 브라운관이 아닌 중국산 가전제품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탈북한 김철민(가명) 씨는 "중국산 LCD TV는 주로 대도시로 몰리는 편"이라면서 "평양 제1백화점이나 광복지구상업중심(쇼핑센터)에 전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중국산 최신 컬러 TV는 장마당에서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200달러 사이에 거래된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심해 공식적으로는 1달러당 북한돈 100원으로 환율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는 1달러당 북한돈 8000~9000원(남한 화폐와 8~9배 환율 차이)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 월급이 북한돈으로 3000원(약 1/3달러), 전문직은 4000~5000원 수준임에 비춰봤을 때 아무나 살 수 없는 아이템이다.

TV와 함께 남한에서 필수 가전으로 꼽히는 냉장고는 북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음식을 그날그날 딱 해먹을 만큼만 하기 때문에 냉장고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장마당에 냉장고가 등장해도 거래되는 일이 드물 수밖에 없다. 냉장고는 대부분 (스틱형 아이스크림) 장사꾼들의 전유물로 전해졌다.

장마당에서 물건을 판 경험이 있다는 이수영(가명) 씨는 "북한에는 냉장보관의 개념이 없다"며 "가격은 TV보다 싸거나 비슷한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북한에서 한 달 생활비(4인 가족 기준)는 북한돈으로 30만원 정도 된다고 북한이탈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노동자 계층 월급의 무려 100배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각종 물건을 파는 '행상꾼'으로 20만~30만원을 벌며 빠듯하게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대학을 마친 박철희(가명) 씨는 "북한은 대부분 장사와 같은 자영업으로 돈을 번다고 보면 된다"며 "월급만으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행상꾼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MT리포트] 컬러TV 100~200달러…북한에도 반도체 공장 있다
◇냉장고 캐파 연간 5만대 추정…"남북경협, 전력사업 추진"=북한 가전제품의 수준이나 캐파(생산능력)는 남한의 1990년대 수준이라는 게 남한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TV와 세탁기, 냉동기와 같은 민수용 전자기기의 경우 북한 전역에 세워진 39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2000년 초반 기준 북한의 냉장고 캐파는 연간 5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나, 에너지와 원자재 등의 부족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남포통신기계공장에서 생산되는 TV의 연간 캐파는 2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는 게 전부다.

북한에도 반도체 공장이 있다. 평양집적회로공장(2극소자직장), 평성반도체공장, 조선반도체공장 등에서 점 접촉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등 초보 형태의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 산업계에서는 북한과 전자분야 경협은 원활한 전력 공급이 전제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제조업 분야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경제를 공부했다는 이석문(가명) 씨는 "북한은 알려진 대로 전기가 부족하다"며 "남한에서 양질의 전기를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가전제품 생산이 늘고 소비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북한에도 '마이카' 바람?…등록대수 남한의 1.3%



[북한 속쏙알기(4)-라이프: 자동차]② 연 차량 생산 3800대, 평화車서 승용차 생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7년 11월 21일 보도했다. 대부분의 차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일부는 북한 내에서 조립해 북한 브랜드를 붙여 판매 중이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사진 제공=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7년 11월 21일 보도했다. 대부분의 차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일부는 북한 내에서 조립해 북한 브랜드를 붙여 판매 중이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사진 제공=뉴시스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매우 초기적인 단계다. 자체 개발 능력은 거의 없는 상태로 중국에서 부품 등을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정도이다. 이마저도 연간 3800대 생산에 불과하다. 등록대수는 남한의 1% 수준이다.

최근 북한에도 '마이카'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매우 극소수다. 개인 대출이 쉽지 않는 북한의 금융산업으로 미뤄볼 때 북한에서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 자동차 생산량 연 3800대…등록대수 남한의 1.3%=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의 자동차 생산량은 3800대에 불과하다. 1985년 1만8500대까지 증가했던 북한의 자동차 생산량은 10년 전인 2006년 4500대로 떨어졌고, 현재는 이보다 더 후퇴했다. 총 등록대수는 28만5000대로 남한의 1.3% 수준이다.

북한은 1958년 ‘승리-58’이라는 트럭을 생산하며 자동차 산업에 한국보다 더 빨리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군수공업 중심의 선군정책과 열악한 도로환경 등으로 자동차 제조업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초기부터 군수용과 농업용으로 화물차 개발에 중점을 둔 것도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줬다. 탈북 후 한국에서 북한 경제를 연구 중인 박희성씨(가명)는 "북한의 경우 산악지형 등이 많고, 군수와 농업용으로 화물차 개발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화물차 기술 개발 등은 크게 선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에 발간한 ‘조선중앙연감 2017’에도 자동차 산업관련 경제성과로 "특히 새형의 뜨락또르(트랙터)와 화물자동차 등 현대적인 기계설비들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로 제작했다"고 나와 있다. 이외에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언급은 거의 없다.

‘승리-58’을 만든 승리자동차종합공장과 최초의 남북합작 기업인 평화자동차 등이 주요 자동차 제조사이지만 현재는 자동차 제조보다는 ‘유통상’의 역할이 더 크다. 대부분의 차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일부는 북한 내에서 조립해 북한 브랜드를 붙여 판매 중이다.

[MT리포트] 컬러TV 100~200달러…북한에도 반도체 공장 있다
◇극소수 개인만 차량 소유...소형 SUV가 3800만원= 북한은 법적으로 승용차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로 대부분의 차량은 기업소나 기관 명의로 이뤄져 있다.

박씨는 "운동선수가 해외에서 큰 성과를 달성하면 인민체육인 칭호와 함께 국가에서 차량을 선물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특별한 경우 외에는 개인의 차량 소유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식 등 특별한 경우에는 기업소 등에서 차량을 개인에게 빌려준다"며 "이때도 운전기사가 함께 와서 개인은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운전을 배우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민화협 집행위원장인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북측 민화협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 북측 민화협 의장인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부위원장 등을 만나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자 남북공동 유골송환 등을 협의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북한 평양 시내의 모습. 2018.07.22.(사진=민화협 제공)/뉴시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민화협 집행위원장인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북측 민화협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 북측 민화협 의장인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부위원장 등을 만나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자 남북공동 유골송환 등을 협의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북한 평양 시내의 모습. 2018.07.22.(사진=민화협 제공)/뉴시스
2000년대 이전 북한에서 사용되는 승용차는 대부분 재일조선인을 통해 들어온 일제였다. 평양 시내에서 쉽게 '토요타' 차량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과 관계가 악화되고, 평화자동차에서 차량을 생산하면서 일제승용차는 사용은 크게 줄었다. 수입은 주로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

평화자동차에서는 2002년 ‘휘파람’(소형)을 시작으로 ‘준마’(대형), ‘뻐꾸기’(SUV), ‘삼천리’(승합차) 등을 조립·생산했다. 초기 이탈리아 피아트에서 기술을 받아왔으나 수익성 등의 문제로 현재는 중국에서 주로 관련 기술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뻐꾸기'는 북한에서 340만원 정도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공식환율(약 1달러에 100원) 기준으로 3만4000달러(한화 약 3800만원)에 달한다. 쌍용차 체어맨을 기반으로 생산한 ‘준마’의 경우 4만달러로 높은 가격으로 최근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개인의 지불 능력도 문제지만 개인 대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금융시스템도 북한에서 자동차를 소유하기 어려운 점 중의 하나"라며 "향후 자동차 산업 관련 경협이 진행돼도 할부금융 시스템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양 시내에는 택시가 2500대 가량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한다. 택시요금은 1km당 북한돈 500원으로 한번 타면 3000원인 북한 노동자 월급의 몇 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이 기자




살결물, 분크림, 눈썹먹…자체 화장품 키우는 北



[북한 속쏙알기(4)-라이프: 화장품]③ 평양 '은하수' 신의주 '봄향기' 등 유명

[MT리포트] 컬러TV 100~200달러…북한에도 반도체 공장 있다
살결물(토너), 물결살(로션), 분크림(파운데이션), 눈썹먹(아이브로우), 입술연지(립스틱)….

미(美)에 대한 관심엔 남북이 따로 없다. 북한은 주요 도시에 화장품 생산기지를 두고 자체 개발·생산에 힘쓴다. 중국을 통해 몰래 들여온 설화수 등 한국산 화장품도 인기다.

24일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신의주 등 주요 지역에 화장품 공장을 뒀다. 정권을 세운 이듬해인 1949년부터 화장품 생산기지를 갖췄다.

평양의 '은하수', 신의주의 '봄향기'·'금강산', 묘향화장품공장의 '미래' 등 브랜드가 유명하다. 은하수와 미래는 국제상표출원 시스템에 등록돼있다. 금강산은 최고가 화장품 브랜드로 꼽힌다. 개성화장품공장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인삼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한다. 화장품은 보통 세트로 파는데 우리 돈으로 10만원 안팎이라고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자체 화장품 개발·생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 사안이다. 최근엔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시찰했다. 현장에서 화장품을 손등에 꼼꼼히 발라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는 "'봄향기' 화장품을 전문 판매하는 상점을 평양 시내에 멋있게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평양 화장품 공장을 방문했을 때 샤넬, 랑콤, 시세이도 등 외국산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며 국산품의 품질이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국산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꼬집었다. 방수 기능이 부족해 번진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시절 접했던 외국산 화장품 브랜드와 국산품을 종종 비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산 화장품 품질은 우리나라의 1970~80년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지난해 펴낸 책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에 따르면 북한산 화장품은 용기 뚜껑이 제품 본체와 맞물리지 않거나 펌프 기능을 못하는 등 부족한 점이 발견됐다. 성분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북한에선 암암리에 한국산 화장품도 거래된다. 보따리상이 설화수 등 제품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져온 뒤 중국산인 것처럼 포장을 해서 북한에 들여오는 식이다. 한 새터민은 "중국 단둥에 가면 한국산 화장품, 생활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마트가 몇 군데 있는데 거기서 조선족이나 북한 보따리상이 한국 상표와 포장을 다 떼고 겉면을 중국산처럼 꾸미는 작업을 한다"며 "설화수는 가격이 한국의 1.5배쯤 될 텐데 고위층을 상대로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화장품은 결혼 예물로도 인기를 끈다고 알려졌다.

양성희 기자




장마당서 중국산 아디다스 티 사입는 북한 서민들



[북한 속쏙알기(4)-라이프: 의류]④ 의류 배급 끊기자 패션 개념 생겨나

지난 4일 오전 평양 시내 출근길 풍경.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어색한 기색이 없다./사진=뉴스1
지난 4일 오전 평양 시내 출근길 풍경.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어색한 기색이 없다./사진=뉴스1
#. 개성공단이 한창 가동되던 2010년대 초반 일이다. 한 섬유회사 법인장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크리스챤 디올' 손수건을 선물로 건넸다. 그러자 한 작업반장이 "이 선물은 받을 수 없다"며 굳은 얼굴로 돌려줬다. 그는 "우리에게 기독교인이 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디올이란 브랜드를 접한 적 없어 '크리스챤'이란 글자에 기독교 선교 물품인줄 알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에겐 외국 브랜드명이 익숙하지 않다. 명품 브랜드 구매는 평양에 사는 일부 특권층에 한정된 얘기다. 북한 고위층은 평양시내 낙원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에서 외국 브랜드 옷을, 대부분의 서민은 '장마당'에서 중국산 옷을 구매한다. 장마당은 매일 같은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동안 열리는 시장으로, 북한 사람들의 최대 쇼핑공간이다. '장마당엔 고양이 뿔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의류도 식량처럼 당국에서 배급했지만 1990년대 중반 들어서부터 공급을 끊었다. 자재, 시설 부족으로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획일적으로 의류를 배급하던 과거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패션이란 개념이 생겨났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 등 교류 행사로 외국 문화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다.

장마당의 활성화도 이와 맞물린다.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옷은 80~90%가 중국산이다. 북한산, 한국산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산은 상표가 가려진 채로 물밑에서 거래된다. 중국에서 건너온 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 의류와 '짝퉁'(가짜) 제품도 장마당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새터민은 "한국에서 끝난 유행이 중국을 거쳐 3~4년 늦게 북한 장마당에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내수공업으로 옷을 만드는 일도 특별한 풍경은 아니다. 개성공단 법인장을 지냈던 의류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보면 집집마다 재봉틀이 있었는데 잔단(남은 원단 조각)을 가져가서 아이 옷 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옷을 장마당에 내와 팔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개성 시내 곳곳에는 피복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브랜드 옷을 입은 북한 사람들은 평양에서 만나볼 수 있다. 평양 여성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 '따라하기' 열풍도 분다. USB 등 저장장치를 통해 몰래 들여온 한국 드라마를 보며 연예인 패션에도 높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새터민은 "한국 드라마에서 본 듯한 비슷한 스타일의 옷과 가방이 평양시내 백화점에 있는데 실제로 같은 브랜드인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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