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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90% 찬성'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정부 2兆 지원사업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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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유영호 기자
  • 2018.07.2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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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⑥]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성공 사례

[편집자주] 한국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콜드 셧다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만인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른바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며 표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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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 문제는 1983년 첫 논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정치·사회적 갈등에 밀려 표류하고 있는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갈등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정책 소통으로 성공한 방폐물 관리 정책이 있다. 바로 경북 경주 양북면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 설립이다.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 유치 성공 사례는 표류하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 선정과정에서 시사점을 준다.

정부는 1983년부터 2004년까지 9차례에 걸쳐 방폐물 처분장 설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방폐장 부지 선정은 후보지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1990년 안면도 사태, 1995년 굴업도 사태, 2003년 부안 사태 등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자 정부는 방폐물 처분장 정책의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04년 12월 당시 참여정부는 방폐장 처분장 정책을 사용후핵연료(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정책 결정을 무작정 미루기보다 할 수 있는 정책은 먼저 추진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2005년 약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반입수수료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다. 그 동안의 실폐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유치 공모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주민투표’ 방식도 최초로 도입했다.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후보지 주민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과거의 무조건적 반대 분위기에서 중·저준위 방폐장의 필요성과 지역에 위치했을 때는 장·단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 결과 지자체와 지역사회 숙의 과정을 거쳐 △경북 경주 △전북 군산 △경북 영덕 △경북 포항 4곳이 유치를 신청했다. 2015년 11월 주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이 경주(89.5%), 군산(84.4%), 영덕(79.3%), 포항(67.5%) 순으로 나타났고, 찬성률이 가장 높았던 경주가 부지로 확정됐다.

경주시는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로 문화거리 조성, 산업단지 조성, 국도 건설 등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 산업부 등 9개 부처에서 총 1조2207억원의 국비 사업을 지원 받았다. 추가로 진행 중인 국가사업 총사업비 규모만도 지난해 말 기준 1조922억원에 달한다.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으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실무를 총괄한 조 석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원칙 아래 안면도, 부안 등 과거 실패 요인을 살펴보며 원점에서 출발했다”며 “주민투표제 도입과 함께 방폐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 공개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08년 7월 건설·운영허가를 받아 같은 해 8월 착공, 2015년 8월 준공됐다. 당초 2010년 6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암반보강 작업 등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2차례 공사기간을 연장했다. 아시아 최초로 동굴처분 방식으로 건설됐는데 원자력발전소의 돔과 유사한 크기의 사일로(저장소)가 6개 묻여 있다. 200ℓ드럼 기준 1만6500드럼씩 총 10만드럼의 방폐물 처분이 가능하다.

처분된 방폐물은 300년간 보관된다. 일반적으로 중·저준위 폐기물은 아무리 길어도 300년이 지나면 더 이상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방폐물이 반입이 완료돼 사일로가 가득 차면 상부를 쇄석(자갈)으로 채운 뒤 입구를 외벽과 같은 두께의 콘크리트로 영구적으로 봉인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사일로에 처분된 방폐물량은 총 1만4954드럼이다.

고리·새울·한빛·월성·한울 등 5개 원자력발전본부 임시저장소 등에 보관돼 아직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지지 않은 중·저준위 방폐물 규모는 12만410드럼에 달한다. 또 연구시설이나 의료기관 등에서도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처분용량이 부족한 상황. 정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은 2단계 천층(지표)처분식 처분장 등 총 80만드럼 규모로 처분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는 “과거 정부들이 방폐장 부지 선정에 계속 실패했던 것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주민 뜻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추진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 문제는 중·저준위 보다 더 큰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투명하고 공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과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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