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연장전] '이대은룰' 앞에 고민하는 이대은

이대은 /사진=뉴스1

경찰 야구단 소속 투수 이대은(29)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이대은 룰' 앞에 고민 중이다. '도의적'으로는 KBO리그에서 뛰는 것이 마땅하나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2018 KBO 리그 규정 제 7장 퓨처스리그 제 68조 출장자격에 따르면 '해외진출 후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무,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선수'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2016년 10월 11일 '단,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진출한 병역미필선수가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 프리미어12 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로 참가한 경우 국내 복귀를 조건으로 상무,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여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개정됐다.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대회 우승에 힘을 보탠 이대은을 구제하기 위해 손질된 규정이다. 속칭 '이대은 룰'로 불렸다.

이대은은 고교 졸업 후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로 이적해 9승을 거두는 등 활약해 태극마크도 달았다. 하지만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국내 구단에서 뛴 적도 없었기 때문에 상무, 경찰청 입단도 불가능했다. KBO는 결국 규정을 바꿨다. 흔한 케이스도 아니다. 사실상 이대은을 위한 조치였다.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이대은은 올해 군 복무를 마친다. 내년이면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뛸 수 있다. 2019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면 된다.

그런데 이대은이 2019 신인드래프트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KBO리그 출격을 전제로 규정까지 뜯어고쳤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일단 개정룰에 포함된 '국내 복귀'란 표현은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실상 강제 조항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국내에 복귀해야 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5년 뒤가 됐든 10년 뒤가 됐든 복귀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굳이 해외진출이 아니더라도 부상이나 은퇴 같은 변수도 사유가 된다. KBO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대은이 KBO 팀에서 뛰도록 강제할 명분은 없다"고 밝혔다.

이대은.

2016년 당시 규정 개정 실무에 관여한 KBO 고위관계자는 '국내 복귀' 조건을 느슨하게 정한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해외파는 국가대표 합류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해외파에 동기도 부여하고 국가대표 발전을 위한 측면이 컸다. 그리고 그 때 이대은은 이미 공헌을 한 상태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런 상황을 예견못한 건 아니다. 많은 검토와 논의를 거쳤다. KBO리그 복귀를 강제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면 이 또한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수 개인이 판단할 일"이라 설명했다.

즉 이대은이 해외 재진출을 타진한다면 넘어야 할 제도적인 걸림돌은 없다. 국내 복위를 기대했던 야구팬들에 도의적인 비난만 받으면 된다.

경제적인 고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대은은 KBO리그에서 뛰게 될 시, 계약금은 커녕 거액 연봉을 받기 어렵다. KBO 규약 제 11장 제 107조는 구단이 신인드래프트를 거친 해외리턴파와 계약할 시 계약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연봉은 최저연봉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했다. 2018년 최저연봉은 2700만 원이다. 이대은은 2015년 지바 롯데 입단 당시 연봉 5400만 엔(한화 약 5억 4000만 원, 日언론 추정 액수)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은이 KBO의 배려를 뒤로한 채 해외진출을 강행한다면 '괘씸죄' 밖에 적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 KBO와 선수계약협정을 맺은 3국의 경우에는 먼저 KBO에 신분 조회를 요청한다. KBO는 이때 '이대은은 국내 복귀를 전제로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라고 상황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를 인지하고도 계약을 진행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오는 9월 예정된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도 난감하다. KT는 단연 1순위감인 이대은을 꾸준히 지켜봤다. 이대은이 드래프트에 나오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KT도 드래프트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KT는 이대은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인지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