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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창살 없는 감옥' 쪽방촌의 여름은 깊다

[위험한 여름-①]상상할 수 없는 쪽방촌 더위, 에어컨 없이 지내보니

머니투데이 박가영 인턴기자 |입력 : 2018.07.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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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쪽방촌 거주민 류종희(68)씨가 비좁은 쪽방촌 건물 복도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방. 문을 열어둔 채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섰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쪽방촌 거주민 류종희(68)씨가 비좁은 쪽방촌 건물 복도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방. 문을 열어둔 채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섰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빨간날]'창살 없는 감옥' 쪽방촌의 여름은 깊다
서울역 맞은편.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가 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 바로 그곳이다. 동자동 쪽방촌에 줄지어 늘어선 허름한 건물 안에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복도 옆으로 1평 남짓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시설이라곤 공동 수도와 재래식 공동 화장실뿐이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방 안, 문밖에서 "실례합니다"라고 말을 건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거 뭔 일이요? 여 지금 아무도 없을 것인디?"

대신 등 뒤에서 답이 돌아왔다. 이곳 주민인 김모씨(62)는 "지금이 제일 더울 때 아니냐"며 "이 시간에는 방 안에서 사람을 찾기 힘들다. 바닥에 물 뿌리고 선풍기 돌려도 한증막이나 다름없어 여기 앞 공원이나 거리에 다 나와 앉아있다"고 말했다.

◇"절절 끓는다"…손쓸 방법 없는 쪽방촌 더위

26일 오후 2시,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는 김씨의 말처럼 더위를 피해 나온 쪽방촌 주민들로 북적였다. 그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연신 부채질을 하기도 하고 그 옆에서 몸을 웅크려 잠을 청하는 이도 있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3도. 습한 날씨 때문에 체감온도는 38도에 달했다.

강춘자(78)씨도 더위를 참지 못하고 수건 하나만 두른 채 공원으로 나왔다. 그늘에 앉아있어도 얼굴에서는 쉴 새 없이 땀이 흘렀지만 그래도 집 안 보다 이곳이 훨씬 시원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씨는 "사람 삶아 죽이는 더위"라며 "우리집은 4월부터 더웠다.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건지…. 곧 큰 아들이 온다는데 방은 절절 끓고 선풍기라곤 주워온 것 한 대뿐이라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뜨거운 방 안에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온 강춘자(78)씨. 하지만 더위를 피해 나온 공원에서도 땀이 비오듯 흘렀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뜨거운 방 안에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온 강춘자(78)씨. 하지만 더위를 피해 나온 공원에서도 땀이 비오듯 흘렀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거리로 나온 쪽방촌 주민들은 해가 떨어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방으로 돌아간다. 새벽 1~2시에 들어가도 방은 남은 열기 때문에 여전히 뜨겁다. 유영기(63)씨는 "선풍기 틀고 땅에 물을 뿌려도 밤에 잠을 청하기 힘들다. 더위를 잊으려 친한 이들끼리 새벽까지 술 한 잔씩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사치가 된 이들도 있다. 7년째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류종희(68)씨는 여름이 되자 좀도둑이 많아져 마음 편히 술을 마실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창문이 있어도 방에 바람이 안 통해서 밤엔 어쩔 수 없이 문을 다 열어 놓고 자요. 그런데 여기가 서울역 근처라서 좀도둑이 많거든. 술 먹고 취해서 잠들어 버리면 다 털어가도 모르지. 그래서 요즘은 술도 못 먹어요. 여름엔 바람 한 점 안 들고 겨울엔 찬바람 새어드는 저 창문이 진짜 원망스럽다니까."

류씨는 자신의 생활이 다른 쪽방촌 주민들 보다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3평 크기의 방에 선풍기도 있어 그나마 살 만 하다는 것이다. "선풍기 없는 데도 많습니다. 더워도 방 안에서 꼼짝 못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나보다 그 사람들이 더 걱정이야. 연세 많으신 분들은 거동이 불편해서 선풍기 없는 방에 온종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인 거지."

냉방기기 없는 쪽방촌 독거노인들은 여름철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1644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이 28.4%(296명)였다. 사망자는 총 10명 발생했는데 이 중 6명이 70~80대 노인이었다.

최근 부산에서는 90대 노인이 집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22일 평소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90대 A씨가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A씨 집을 찾았을 때 에어컨 등 냉방기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에는 12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에어컨 작동 멈추니 밤에도 실내온도 '36도'…찬물 샤워도 소용 없어

"얼마나 덥냐고? 말도 못 하지요. 여기 안 살아본 사람들은 말해도 몰라."

기자의 우문에 류씨는 실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냉방시설이 갖춰진 사무실과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기자에게 쪽방촌 더위는 주민들의 말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막연하게 '힘들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기 없는 생활은 얼마나 힘든 것일까. 쪽방촌의 여름을 눈으로 보고 온 기자는 그들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현재 거주 중인 원룸에서 냉방기기 없이 생활해보기로 했다.
에어컨 작동 유무에 따라 실내온도가 10도 가까이 차이났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에어컨 작동 유무에 따라 실내온도가 10도 가까이 차이났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퇴근 후 창문이 닫힌 집에 들어서자 답답한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온도계를 보니 집 안은 바깥보다 2도 정도 높은 33도. 에어컨 작동 시와 비교했을 때 내부 온도가 약 9도가량 차이가 났다. 제습기를 틀어 놓고 출근해서인지 습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냉방기기가 없는 상황에서 열대야 더위를 식힐 방법은 ‘샤워’뿐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샤워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인덕션을 켜자 3분 만에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는 20여 분 동안 방 안은 36도까지 올랐다. 완성한 음식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다시 33도로 떨어졌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기자의 방엔 한쪽 벽에만 창문이 있어 맞바람이 불지 않아서였다. 창문을 열어두면 시원하기는커녕 모기 등 벌레가 들어와 차라리 닫아두는 게 나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탓에 가만히 누워있는 게 가장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평소 취침시간보다 이른 시간인 밤 9시쯤 샤워를 한 번 더 마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쉽게 잠이 올 리 없었다. 잠이 들어도 더워서 눈이 떠졌다. 이날 새벽에만 대여섯 번 잠을 깼다. 새벽 4시쯤엔 그나마 찬 기운이 있는 방바닥으로 잠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 물을 끓이자 실내온도가 금세 36도까지 올랐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 물을 끓이자 실내온도가 금세 36도까지 올랐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드라이기’였다. 항상 에어컨을 튼 채로 머리를 말려서 드라이기를 사용할 때 덥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에어컨 없이 장시간 드라이기를 사용하다 보니 얼굴과 등에 땀이 쏟아졌다. 땀이 쉽게 식혀지지 않아 출근 직전 찬물 샤워를 또 하고 집을 나서야 했다.

하루, 아니 저녁나절뿐이었는데도 여름 더위에 진이 빠졌다. 이 생활이 냉방기기 없는 쪽방촌 주민들에겐 매일 혹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었다. 겨울철 난방 대책만큼 여름철 폭염에 대한 '냉방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쪽방촌 폭염 관리 대책과 관련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현재 서울역 쪽방상담소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해 운영 중이며 방문 간호사가 매일 현장 순회해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는 등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가구에 선풍기 등을 전달하는 냉방기기 지원책에 대해서는 "계획 혹은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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