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52.97 661.01 1130.10
▼0.82 ▼9.38 ▲3.6
-0.04% -1.40% +0.32%
메디슈머 배너 (7/6~)대한민국법무대상 (12/03~)
블록체인 가상화폐

[MT리포트]'74년을 유령처럼'…사각지대 놓인 평생 '무적자'

['유령'이 된 사람들]③"무적자 확인만 되면 바로 구제…주변 도움 절실해"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최민지 기자 |입력 : 2018.08.03 04:02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과정이 등록·관리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관리체계는 교육과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시스템과 맞물려 운용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채 '버려진'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유령 국민'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지난해 6월 전라남도 보성군 한 마을. 길거리를 떠돌던 노숙인 김모씨(57)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노숙인 재활시설인 해남희망원에 입소했다. 시설에서 김씨의 신상을 물었지만 김씨는 자신과 부모의 이름, 생사여부, 출생지 등을 전혀 몰랐다. 김씨는 인지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었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해남희망원은 김씨와 함께 경찰서에 찾아가 신분조회를 요구했다. 경찰에서 김씨의 지문을 이용해 신원조회를 시도했지만 김씨와 같은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실종신고도 없었다. 김씨는 공식적인 신분이 없는 '무적자'(無籍者)였다. 김씨는 올해 초 해남희망원과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성(姓)·본(本)과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소송으로 57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태어날 때부터 출생신고가 안 되거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이 살아온 무적자들도 적지 않다. 이 땅에 살고 있지만 국민의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유령국민인 셈이다. 주요 사회 보장 보험, 기초생활수급비 등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성·본과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신청을 한 무적자는 2013년 105명, 2014년 78명, 2015년 72명, 2016년 49명, 2017년 69명, 2018년 상반기 20명 등 5년 6개월 동안 총 393명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비롯해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도 무적자를 직접 찾아 무료로 성·본 또는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소송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구제받지 못한 무적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될 때까지 구제받지 못하고 길거리나 병원을 떠도는 무적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들 다수는 노숙인이나 지능이 낮은 장애인들로 사회와 격리돼 혼자 살아가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위승용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변호사는 "출생신고도 안 되고 부모님에게 버려진 1~6살까지 아이들은 최근 고아원 등 아동 보호시설에서 빠르게 도움을 요청한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구제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무적자들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김모씨(여·74)도 무적자로 살아왔다. 서울의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김모씨는 경찰의 신원조회와 연고자 조회를 했지만 신원과 연고자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무적자인 김씨는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 장애연금 등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정신병원과 거리를 떠돌던 김씨는 서울특별시립 여성보호센터에 입소하면서 가까스로 구제받았다. 서울특별시립 여성보호센터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김씨는 올해 2월 74년 만에 성·본과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했다.

백주원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중장년층 무적자 중 많은 사람들이 성·본 또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살아간다"며 "특히 지능이 일반사람들 보다 떨어지고 의사 소통이 안 되는 무적자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구제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적자들에게 무료 법률자문을 해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기관과 노숙인 보호시설 등 사회복지 기관 간에 연계가 절실하다.

강문혁 대한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 변호사는 "사회복지 기관에서 사례를 발굴해 접수만 하면 구제는 아주 쉽게 이뤄진다"며 "무적자들은 법적인 구제수단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 가까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등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동수
최동수 firefly@mt.co.kr

겸손하겠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생각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