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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52시간 근무 한 달, 한국은 어떻게 달라졌나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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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난 1일부터 주 최대 52시간근로 시대가 열렸다. 시행 한 달, 삶에 ‘쉼표’가 생겼다는 환호와 주머니가 얇아졌다는 불만이 공존했다. 충분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제도 도입에 따른 명과 암, 안착을 위한 과제를 점검해 본다.


시행 한달 …52시간 근로시대 '명과 암'


직장인 칼퇴·워라밸 확산 순기능…인력부족 사업장 등은 후속대책 마련 필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주 52시간 근로제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어떤 이들은 칼퇴근의 즐거움을 누리며 저녁시간을 취미와 여가활동으로 채우기 시작했지만 어떤 이들은 줄어든 소득에 표정은 밝지 않다. 대기업들은 부족인원 3만여명을 새로 뽑고 있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혼선을 가급적 빨리 수습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숙제(제도개선)에 고심하고 있지만 양도 많고 난이도도 높다.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야근과 회식이 줄면서 퇴근 후 PT(개인트레이닝), 요가, 필라테스 등을 배우거나 평일 저녁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은 저녁시간대 강의 수를 늘려 ‘칼퇴’ 직장인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눈치 야근’이 줄어든 만큼 업무시간 중 일을 끝내기 위해 집중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 일을 제때 마치면 정시퇴근이 가능한 분위기가 마련된 덕분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저녁 약속 시간도 앞당겨 ‘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는’ 관행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퇴근 후의 시간외 업무를 막기 위해 ‘카톡 업무 금지’를 명시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 전원을 차단하는 PC오프제도 사업장별로 속속 도입중이다.

워라밸 문화의 확산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맞춰 기업들이 진행한 신규채용 덕분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주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기업 1454곳 중 42.8%는 인력충원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했다. 813곳에서 상반기에 이미 9775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2만36명을 충원한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도입(35.2%), 교대제 등 근무형태 변경(16.8%), 생산설비 개선(16.6%)으로 주 52시간 시대를 맞았다.

이 같은 선제적 대비 덕분에 7~8월 성수기를 맞이하는 음료·주류업체 등도 물량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고 있다. ‘여름 한철 장사’인 빙과업체들도 미리 비축분을 갖추는 등 52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하면서도 혼란을 피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게 힘에 부친다. 규모는 300인 이상이지만 대기업과 같이 신규채용과 교대제 개편 등을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1월 1일까지 단속·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연장·휴일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소득이 줄어든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이 소규모 공장으로 ‘이직 러시’가 나타난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급여뿐만 아니라 퇴직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고육지책으로 아르바이트, 외국인 근로자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건설현장은 작업시간 단축과 근로자 이탈로 공사기간 맞추기가 빠듯하다. 공사기간을 연장하거나 인력을 늘리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주 68시간으로 산정한 올해 상반기 이전 수주공사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공사기간·계약금 조정 세부지침은 그래서 절실하다.

현장 일용직들은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임금 감소가 불만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업체 관리직은 평균 13%, 기능 인력은 평균 8.8% 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 52시간제 미적용 현장으로 숙련공들이 이탈하면서 건설현장의 안전과 생산성, 공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의 혼란도 적지 않다. 주 52시간 특례적용에 노사가 합의할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보장’이 필수적인데, 교수를 포함한 일반의들은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이 휴식시간을 어길 수 없다. 다른 직종에 비해 숙련된 인력을 즉시 수급하기도 어렵다.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병원도 적정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지방 중소병원 위주로 인력난을 호소한다. 피해가 환자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의 확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연장근로의 전면 허용 등을 절박하게 호소한다.한켠에선 이미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중인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여전히 진행되는 비효율적 업무로 인한 52시간 초과근무 등을 막자는 취지다.

최우영 기자



헬스장에 사람 몰리고 음식점은 매출 '뚝'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직장인들 "업무 집중도·효율도 높아져"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달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달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개인 트레이닝(PT) 전문 헬스장에는 이달 들어 새로운 회원이 20여 명 늘었다. 특히 평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는 시간당 PT 최대한도인 8명이 모두 꽉 차 있다.

이 헬스장을 운영하는 윤모씨(33)는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신규 등록 회원과 기존 회원 출석률이 지난 달에 비해 모두 1.5배씩 늘었다"며 "야근이 줄어서인지 전보다 밤 10시 전에 운동하려는 회원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직장 문화에 소소한 변화가 일고 있다. 대부분 젊은 직장인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밤늦게까지 회사에 머물던 직장인들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면서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을 즐기는 모습이다.

서울 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문지영씨(30)는 요즘 오후 6시면 곧바로 퇴근해 요가 학원으로 직행한다. 불필요한 야근이 줄어든 덕분이다. 문씨는 "예전에는 오후 9시까지 야근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6시면 대부분 퇴근한다"며 "가끔은 남편과 집 근처 영화관에서 평일 저녁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씨(30)도 그동안 망설이던 운동을 시작했다. 평일 오후 5시에 퇴근한 뒤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받는다. 박씨는 "이전에도 운동하려 했는데 야근이 많다 보니 일주일에 겨우 1번 가는 정도였다"며 "이제는 퇴근 시간이 고정돼 오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평일에 2번씩 운동을 다닌다"고 밝혔다.

업무 집중도가 향상됐다는 직장인도 있었다. '눈치 야근'이 줄어든 만큼 일을 제때 마치면 정시 퇴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교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전슬기(29)씨는 "일을 빨리 끝내면 빨리 퇴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낮 시간대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며 "생산성 위주의 회의를 하는 등 팀 전반적으로도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본사가 모여 있는 서울 광화문 주변 음식점 업주들은 회식이 줄어 울상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모씨(59)는 "원래 오후 10시에 영업을 끝냈는데 지난달부터는 회식이 없다 보니 오후 8시만 돼도 손님이 안 와 더 일찍 문을 닫는다"며 "이번 달은 지난 달에 비해 매출이 1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회식 금지'와 같은 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3)도 "지난달부터 체감상 회식이 8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저녁 손님이 없어서 점심 매출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에 근무를 끝내고 삼삼오오 오던 직장인들도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방윤영 기자, 이해진 기자, 김영상 기자, 원은서 인턴기자, 손소원 인턴기자



오후 6시면 꺼지는 PC…눈치보기 없어졌다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야근 악명 높은 게임업계도 '워라밸'…일부 업무 효율 떨어진다는 지적도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닙니다."
오전 8시 반. 교통 체증을 피하기위해 조금 일찍 출근한 LG유플러스 직원 A씨가 컴퓨터를 켜자 이같은 화면이 뜬다. LG유플러스는 주52시간 제도 도입보다 한 발짝 앞서 지난해 근무제도를 손봤다. 일괄적으로 사내 PC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쓸 수 있도록 한 것. 오후 6시가 넘어도 마찬가지다. 추가 근무를 하려면 조직장에게 사유 보고를 해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A씨는 "초반에는 조금 적응이 안 되기도 했지만 이제 눈치를 보지 않고 칼퇴근할 수 있어서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에 근무하는 B씨도 지난 3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후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 워킹맘인 B씨의 경우 아이가 아파도 근무 때문에 직접 병원에 데려갈 수 없었지만 이제 자신의 상황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출근 시간을 늦춰 아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된 지 1달이 돼 가는 가운데, ICT(정보통신)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전 혼선이 우려됐던 것과 달리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부터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논란이 됐던 게임업계의 변화가 가장 크다. '3N'으로 불리는 국내 빅3 게임사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대부분 주52시간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올해 초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루 중 꼭 일해야 하는 '코어 타임'을 정하고 이 외에는 출퇴근 시간을 개인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다만 게임 출시 때 일이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 탄력근무제 개념도 함께 섞고 있다.

과도한 업무를 막기 위해 넥슨은 출근 후 8시간30분이 지나면 알람을 울려주는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했을 정도다. 이후 일하는 문화도 변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집중적으로 근무한 뒤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하고 긴 주말을 갖는 식이다.

KT가 최근 임직원 7000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근무현황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 중 78.4%가 업무 시간이 확 줄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답변했다. 또 정시출퇴근 준수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 중 97.8점으로 조사됐다.

물론 일부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 보다는 노는 시간에 초점이 더 맞춰지는 분위기라는 것. 각기 다른 근무 시간 때문에 업무에 혼선이 빚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관리자는 퇴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직원만 퇴근한 경우 카톡으로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내려 불만이 쌓이는 경우도 있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경쟁력 저하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ICT업종에 대해 특별 연장 근로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변수로 꼽힌다.

이해인 기자, 김세관 기자, 서진욱 기자



"기대 이상" 합격점 준 유통업계…일부 '현장점검' 목소리도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개인, 가족 시간 여유, 업무 효율도 ↑…일부 기업·직군 미흡해 '현장점검' 요청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한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한달 동안 초기 시행에 대체로 '합격점'을 주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개인시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집중적으로 근무해 업무효율도 더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기업에서는 아직 야근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있는 현장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 A씨(31)는 지난 1월부터 신세계백화점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시행한 '주 35시간 근무제'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침 9시에 출근에 오후 5시 '칼퇴'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해 말 들었을때만 해도 이 시스템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늦은 퇴근'을 하면 팀, 부문별로 '패널티'와 '눈치'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가 됐다. A씨는 "퇴근 후 발레, 골프 등 배운적 없는 취미활동을 하고, 친구들도 여유롭게 만나 삶의 행복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오히려 근무시간 중에는 자리를 거의 뜨지 않을정도로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전 근무혁신을 강조하는 시각물과 이마트 직원들이 퇴근하는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전 근무혁신을 강조하는 시각물과 이마트 직원들이 퇴근하는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측은 기존 오후 6시 퇴근시간과 PC오프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만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후로는 더 눈치보지 않고 직급에 상관없이 '칼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사회분위기 변화에 따라 회식자리가 크게 줄었고 하더라도 일찍시작해 가볍게 1차에서 마치는 변화도 생겼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시간은 유지하되 각 점포 근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씩 단축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직원은 "백화점업계가 업황둔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회사 분위기가 안좋을 수도 있지만, '당당한 칼퇴' 문화가 자리잡아가며 만족감은 더 높아진 분위기"라며 "덩달아 강화되는 여성, 육아 및 가족지원 제도도 잘 안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시간도 단축됐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폐점시간은 기존 밤 12시에서 11시로 앞당겨졌다. 직원들의 근무시간 단축 영향을 반영한 곳도 있지만 대체로 비용 등을 고려한 운영 효율 제고와 사회분위기 변화에 발맞추는 수준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바꿨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본격적으로 마케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에서는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후 저녁시간대 할인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시행했고 업계 전반적으로 레저,취미 등에 방점을 둔 마케팅이나 저녁시간 대 고객을 노리고 주중 세일을 강화하는 시도도 잇따른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는 저녁시간대 강좌수를 대폭 늘려 '칼퇴 후' 직장인 고객 발길 끌기에 나섰다. 실제로 수요도 그만큼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봄·여름학기보다 이번 가을학기 '워라밸'(워크앤라이프밸런스) 관련강좌를 150% 이상 늘렸다. 남성들을 위한 '쿠킹클래스'는 개설 하루 만에 수강마감됐다. 이마트도 가을학기 저녁시간대 직장인 타깃의 강좌를 150% 증설했다. 회화나 악기를 비롯 이색 취미 수업,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직장인들이 강좌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워라밸' 코너도 만들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첫날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 안내물이 붙어있는 백화점 입구 /사진제공=뉴스1
주 52시간 근무제 첫날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 안내물이 붙어있는 백화점 입구 /사진제공=뉴스1

하지만 일부 기업과 직군에서는 여전히 미흡함을 호소하며 현장 점검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기업 유통계열사에 종사하는 A씨는 "전략, 기획부서 등 직원들은 여전히 52시간을 초과하는 밤샘 작업을 할 때도 있다"며 "대체로 불가피해서라기 보다 비효율적인 지시나 보고문화 때문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직원 A씨는 "PC오프를 하지만 일을 다 마무리못해 집에서 노트북을 켤때도 많다"며 "상사, 기업분위기에 따라 52시간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지키는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직원들의 경우에도 업무강도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에서 철저하게 현장 점검을 할 필요가 있고, 기업들도 시간만 줄일 것이 아니라 인력 충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김태현 기자



52시간제 한 달 "저녁은 있는데 밥이 없다"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 식품업계 생산직 임금감소, 인력부족에 허덕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주 52시간 근무 제도 시행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내의 한 기업 건물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8.07.02.     taehoonli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주 52시간 근무 제도 시행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내의 한 기업 건물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8.07.02. taehoonli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경동시장 내 닭고기 도매상점에 생닭이 진열돼 있다. 2017.9.3/뉴스1  &lt;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gt;
서울 경동시장 내 닭고기 도매상점에 생닭이 진열돼 있다. 2017.9.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 52시간근무제 시행으로 야근이나 주말 특근이 줄면서 월급이 20%나 줄었다. 고3, 고1 아이가 있는데 학원비 낼돈도 없어 걱정이다. 솔직히 밤에 대리기사라도 해서 벌이를 하고싶지만 공장이 시골에 있어 그마저도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 (음료회사 직원 김모씨)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지 한 달, 빙과·주류·음료 업계는 표면적으로는 큰 혼란을 겪지 않았다. 몇달 전부터 성수기에 대비했고 3개월 탄력근무제를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직 근로자들은 불만이 팽배해있다. 저녁은 생겼지만 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매출이나 수익성이 낮아 직원 급여도 적은 편이다. 52시간 근무제 이후엔 근로시간마저 줄면서 20~30%가량 급여하락이 발생하고 낮은 급여로 신규채용이 안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름 보양식의 대표주자인 닭고기 가공 업체의 경우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삼계탕 수요가 치솟는 복날시즌이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생산량마저 줄여야할 판이다.

하림 관계자는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닭고기 가공공장이 주로 농촌지역에 몰려 있어 젊은 정규직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면서 "다행히 인근 대학 학생들이 방학이어서 지역에서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늘렸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식품 업계는 계절성이 큰 만큼 현행 3개월인 탄력근무제를 최소한 6개월 이상으로 늘려 근로자가 적정 임금을 보전하고 기업도 인력채용 부담을 줄이도록 해야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사무직 종사자들이 오후 5, 6시께 퇴근하고 자기개발을 하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라면서 "정부가 노동자와 기업 입장을 감안해 유연하게 제도를 손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기업 사무직들은 퇴근 시간이 빨라져 대체적으로 만족감이 높아졌다. PC오프제가 정착돼 눈치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졌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연장 근로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유연근무제도 도입돼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밀도있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홍보·영업직군은 아직 명확한 지침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주류업체 한 관계자는 "홍보팀과 영업팀이 문제"라며 "회사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저녁시간대 영업을 하러 다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조성훈 기자, 정혜윤 기자



"주 52시간 특례? 한밤 응급환자 방치될 판"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11시간 휴게준수가 발목...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 인력난에 고사위기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 김명의 교수는 저녁 7시에 퇴근해 잠자리에 들 즈음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야간 당직자는 김 교수 환자 한 명이 응급실로 실려왔다는 다급한 소식을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빨라도 다음날 오전 6시 전에는 병원에 가선 안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환자를 외면한 나쁜 의사 같지만 김명의 교수는 법을 준수했을 뿐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장면이 한 달 뒤부터는 실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주 52시간 특례 사업장이 환자에겐 毒' =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한 달. 지역별로, 크기별로 병원들도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인력과 복지에서 중소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던 대형병원도 9월부터 적용되는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의 한 단면이다.

11시간 연속 휴식은 '주 52시간 특례 적용 사업장'이 됐을 때 적용된다. 병원은 일찌감치 특례 대상이었는데 '노사합의' 전제가 깔렸다. 여기에 또 하나의 조건이 달렸는데 아무리 노사가 합의한다고 해도 적어도 11시간 연속 휴식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해온 행정직이나 3교대 체제인 간호사, 별도법에 의해 주 80시간 룰이 적용되는 전공의 등은 거의 해당이 없다. 대형 병원 대부분에서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 단층 촬영) 기사들 채용이 끝났다. 문제는 교수를 포함한 일반의다.

만약 특례 사업장 지정 카드를 버리고 주 52시간을 도입하면 11시간 연속 휴식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은 노사가 52시간 준수에 합의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교수가 밤중에 응급환자를 돌봐선 안되는 이상한 규칙 때문에 주 52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노사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정 반대 상황에 놓였다. 이 곳은 회사와 직원 대표가 특례 사업장 도입에 합의했다. 일반의는 퇴근 후 11시간 동안 병원에 와선 안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특례 사업장이다 보니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식 룰 적용을 받게 됐다"며 "이 문제를 놓고 병원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집중화 더 심해져… 지방 인력난 심화 =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은 더 심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간호인력이 부족해 주 52시간도 버거운데 특례 사업장이 되면 아예 야간진료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 도입 이후 발생한 인력 수요가 간호 인력의 '서울 집중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부산 온종합병원 같은 곳은 3교대 병동 간호사 인력 확보를 위해 3억원을 투입했다. 야근 수당을 올리고 기숙사 여건도 개선하기 위해서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특례 적용으로 11시간 휴게 시간을 보장하는 것 모두 적정 인력을 확보했을 때나 가능하다"며 "인력을 충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게 지방 중소병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지방 중소병원들의 기능이 점차 약화 되고 그 피해가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용주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방 중소병원들의 인력난이 심각해 일부 병원들에서는 입원병동을 줄이기도 한다"며 "지역 의료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52시간 사무직 “눈치 속 안정”, 제작현장 “‘노답’속 비관”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상사는 제도에 ‘엄격’, 직원은 아직 불편한 ‘자유’, 방송·영화계 “과거 방식 그대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단축 제도가 8월 1일로 시행 한달 째를 맞는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제도 시행과 관련, 낙관과 비관이 교차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단축 제도가 8월 1일로 시행 한달 째를 맞는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제도 시행과 관련, 낙관과 비관이 교차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을 맞아 문화예술계와 관광업계의 표정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문화예술 특성상, 낮과 밤이 따로 없는 근로 시간에 일정한 ‘제동’이 걸리면서 사무직 쪽은 기대 속 안도하는 표정이지만, 방송·영화 등의 근로 현장 분위기는 비관론에 젖어있다.

기계적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콘텐츠 제작의 특수성을 반영해 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의 법 적용을 내년 7월로 한시적으로 미루기는 했으나, 현장에선 아직 아무런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예정 방식 그대로의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사무직 쪽은 대체로 시행 한 달 만에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세종문화회관 등 공연계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전부터 인력을 충원하거나 예비 훈련을 한 덕에 상사와 직원 간의 협조와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법 시행에 맞춰 내부근태 관리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활용하면 초과 근무 시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계획된 야근이라면 52시간 내에서 운용하도록 사전에 계획하고, 우발적 야근이라면 유연근무제를 통해 쓴 만큼 보상받는 식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일의 특수성을 고려한 근무 시간은 과도기적이지만 제도에 맞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근무가 유동적인 안내원이나 무대 관계자들에겐 그만큼의 보상 휴가를 준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도 안정 단계에 들어선 분위기다. 하나투어는 제도 시행에 맞춰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무실 컴퓨터에 퇴근 30분 전 알람을 띄우는 팝업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킨다. 할 일이 더 있는 경우 초과 근무계를 올려 일한 만큼 보상받는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7일 문화예술계 노동시간 단축 등 관련 현장대응 및 애로사항 청취를 위해 서울 마포구 덱스터 스튜디오를 방문해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lt;br&gt;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7일 문화예술계 노동시간 단축 등 관련 현장대응 및 애로사항 청취를 위해 서울 마포구 덱스터 스튜디오를 방문해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br>

문화 관련 근로자들의 주 52시간 시스템은 대체로 상사가 주도한다.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에게 이 제도를 매일 각인시키거나(세종문화회관), 팀장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안 등 8대 캠페인을 만들어 제도 안착에 주력하는(하나투어) 식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한 달밖에 안 돼서인지 심리적 혼선도 빚어진다. 상사는 제도에 맞추기 위해 ‘제시간 퇴근 운동’에 의욕을 나타내고 직원들은 30분 초과 근무를 보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 보기 십상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처음엔 정시 퇴근으로 평가에 누락되는 건 아닌지 눈치를 많이 봤다”며 “근무 시스템이 확실하고 제도 관련 조사도 많이 하면서 제도가 정착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주 52시간의 가장 큰 난제는 방송과 영화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로다. 새벽부터 밤까지 아이돌 멤버를 관리하는 현장 매니저, 밤샘 작업을 집중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드라마나 영화 스태프 등에겐 이 제도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할리우드 같은 선진 제작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자본이나 제작 규모가 작은 여건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케이블 방송의 한 관계자는 “방송 특성상 1년 유예를 받았지만, 52시간에 맞추려는 시도조차 하기 불가능한 여건”이라며 “방송사가 풀기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귀띔했다.

이를테면, 방송 한 프로그램에 움직이는 제작 인원은 방송사 직원, 외주 제작사, 프리랜서 등 다른 환경과 근무조건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는데 이를 풀기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것. 이런 이유로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대부분이 과거 제작 방식 그대로 좇고 있다.

지난 1일 주 52시간 노동시대를 맞아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됐다. 근로시간 단축 이틀째인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 클라이밍짐 맑음'에서 클라이머들이 볼더링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lt;br&gt;
지난 1일 주 52시간 노동시대를 맞아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됐다. 근로시간 단축 이틀째인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 클라이밍짐 맑음'에서 클라이머들이 볼더링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제작 기간과 인건비 상승도 문제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영화 작업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인건비 상승으로 제작비가 20, 30%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영화 제작자는 “결국 제작 기간이 길어져 제작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가뜩이나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영화 제작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방송영상독립제작사 중 절반 이상이 직원 10명 미만인 영세 업체의 경우 유예 기간은 길지만, 현재 68시간 제한도 맞추지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문화예술계 현장 근로자의 어려움을 인식해 민관합동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들었지만, 또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여러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결국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며 “과도기에 어려움이 있어 상황이 열악한 경우 새로운 지원책을 만들거나 협의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뿌리산업 '뿌리' 흔들" 중견·중기 위기감 팽배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노동집약 기업들 인건비 상승·생산성 저하 이중고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300여명이 근무하는 금형제조업체 김철수 대표(가명)는 최근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추가고용 등 인건비 부담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성은 전혀 나아지질 않아서다. 중국산 저가제품과의 경쟁 때문에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기도 힘들다.

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인건비만 30억원 가량 늘어난다”며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커지니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방직, 동관 등 뿌리산업이 주 52시간 도입 후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며 “국내 뿌리산업이 사라지면 중국 등이 독과점 형태로 가격을 쥐락펴락하며 위협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추가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호소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난까지 심화하면서 회사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29일 중견·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동파이프 생산업체인 B사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해 지난 5월 말 116명을 채용했으나 2개월 만에 113명이 퇴사했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연장 및 휴일근무가 가능한 인근 소규모 공장으로 이직해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급여뿐 아니라 퇴직금도 줄어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을 안 받는 업체들로 이동한 것.

B사 관계자는 “기술자가 많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사람마저 적응을 못하고 나가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인건비 경쟁력이 큰 중국의 덤핑판매로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 데다 인력난까지 겹쳐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고육지책으로 아르바이트, 외국인 근로자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전체 직원 1500여명 중 생산직이 1000여명인 용기 제조업체 C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생산량이 몰릴 것에 대비해 대체인력으로 200여명의 아르바이트 채용했다. 하지만 대체인력 대부분이 비숙련자이다 보니 생산성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C사 관계자는 “일이 몰릴 때는 추가인력을 투입해 생산량을 맞춰야 하다 보니 월급뿐만 아니라 교육과 보험 등 추가비용 부담도 크다”며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경쟁력 상실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자동화로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성형 제조업체 D사도 인건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생산직은 외국인 노동자가 50% 이상인데 이들을 추가 채용하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며 “올해 전체 급여가 3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단축 근무에 폭염까지"… 건설일용직 이중고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 기업은 비용증가·근로자는 급여감소… "국토부 세부지침도 부재"

건설현장.
건설현장.

“폭염으로 점심시간 외 휴식시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주52시간을 지키다보니 일할 시간이 부족해 공기를 맞출 수 있을지 큰 일입니다.”(건설현장 A소장)

“한 철 벌어 1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일하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라는 얘깁니까.”(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B씨)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된 7월의 건설 공사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건설업체들은 작업시간 축소와 근로자 이탈로 공사기간(공기) 맞추기가 빠듯하다고 토로하는 반면 일용직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봉투가 얇아져서 당장 먹고살기가 갑갑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와 사무직은 철저하게 근로시간 단축 적용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업체는 이달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휴일 추가 근무를 포함해 기존 최대 68시간에서 최대 52시간으로 줄었다.

문제는 건설 '현장'이다. 건설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를 지키려면 공사기간을 이전보다 연장하거나, 인력을 늘려 공기를 맞춰야 한다. 어떻게 하든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여름 극심한 더위로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오후 2~5시 사이 휴식시간을 대폭 늘리면서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주52시간 근무제에 폭염까지 겹친 것.

현장 일용 근로자도 주52시간이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시급 1만원으로 계산시 주당 68만원을 받아왔다면 이제는 주당 52시간으로 주급이 16만원이나 줄어든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실질 소득이 832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공사 현장이 3월부터 10월까지 활성화돼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할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놔야 하는 근로자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생존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업체 관리직은 평균 13%, 기능인력은 평균 8.8% 임금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니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지 않는 다른 건설현장으로의 '이탈'이나 야간과 휴일 근무가 가능한 다른 현장에서 추가로 일하는 근로자 '이동' 현상까지 나타났다. 숙련공들의 이탈과 근무시간 확대는 건설현장의 안전과 생산성, 공사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고 노동자의 소득 보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결국 모든 책임과 부담이 하청업체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에 수주한 공사의 경우, 주 68시간으로 산정해 공사 기간, 계약금 등이 산정했는데 공기와 계약금 상향에 대한 세부적인 국토건설부의 지침이 없어 업계의 혼란이 크다”고 설명했다.

송선옥 기자



고용노동부 주 52시간 근로 후속대책 준비 박차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특별연장근로 인가기준 후속 지침 등 가다듬어

1주 52시간 근로가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요구가 가장 많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특별연장근로 인가기준 안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시행시기가 2~3년 남아있는 5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 역시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29일 고용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에 대한 단속·처벌을 내년 1월 1일까지 6개월 유예하는 대신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예기간 동안 고용부는 유연근무제도 안내와 함께 교대제 개편·신규인력 채용·생산설비 효율 향상 등을 지원함으로써 각 사업장들이 52시간 근무체제를 갖추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52시간 근로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준비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주 52시간 원칙을 '한 주(週)' 기준이 아닌, 분기, 반기 혹은 1년 단위로 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 이내 단위기간을 평균해 주당 근로시간을 지키는 게 가능하다.

고용부는 신제품 출시, 성수기 등에 3개월 이상 집중근무가 필요한 업계의 요구에 따라 이 단위기간을 6~12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모든 업종이 아닌 ICT(정보통신기술)업종과 일부 계절산업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모든 업종에 풀어주면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며 "하반기 실태조사를 통해 단위기간 연장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불가피한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1주 52시간 이상 근로가 가능토록 하는 특별연장근로제도 역시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재난관리법상 재난 발생시 사용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는 1주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던 때 활용도가 떨어졌으나 52시간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특별연장근로 인가 판단기준이 애매해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23일 △재난 등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임박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다른 근로자로 대체가 어려워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를 특별연장근로 기준으로 내세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주로 ICT업계, 금융업계 등에서 기간망이 피해를 입는 상황 등의 구체적 상황들을 열거했으나 모든 업종의 사례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2016년 개성공단 폐쇄시 장비 회수업무 등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됐지만 재난관리법상 재난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고용부는 지방고용노동청 등을 통해 취합된 특별연장근로 수요를 파악해 보다 세분화된 가이드라인을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는 사안의 긴급성과 연장근로 불가피성에 대해 각각의 사안별로 종합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업들이 제도를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20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50인~299인 사업장과 2021년 7월부터 시행하는 5~49인 사업장에서는 단속 유예기간 없이 제도를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이들이 시행시기 전 근로시간을 조기 단축할 경우 신규채용 인건비와 기존 재직자 임금보전 기간을 연장해준다. 조기단축 기업에 대한 금리우대, 산재보험료 인하 혜택도 준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고 설비구축과 연구인력 양성도 지원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생산성 향상 기업을 지원하는 근무혁신 인센티브제도 도입하는 등 52시간 근로 현장 안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우영 기자



보완법안으로 본 '주52시간'…국회 내에서도 '온도차'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민주당, 주 52시간 보장에 초점…한국당, 산업 규제 해소에 초점

[MT리포트] 52시간 근무 한 달, 한국은 어떻게 달라졌나

'주52시간 근무제'를 본격 시행한 지 한 달. 현장에서 불거져 나오는 혼선만큼 국회 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도 크다. 여당은 주52시간 근무제의 정착을 위한 보완입법에 초첨을 맞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산업경쟁력을 해치는 '기업 규제'를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송옥주 “퇴근 후 카톡지시도 업무시간으로” =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 발의된 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3건,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3건 등 총 6건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들은 '주 52시간근무제의 적용대상 확대'와 '적용기준의 명확화를 통한 제도정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해 사용자가 업무 지시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되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정보통신기기 등을 통해 사용자의 지시를 받는 경우 근로시간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송 의원은 카카오톡 메시지처럼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해 특정 시간 동안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구체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기준이 불분명해 현장혼선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보완법안이다.

같은당 박광온 의원은 취업규칙의 명칭을 '사업장협정'으로 변경하고 사용자가 사업장 협정을 작성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취업규칙에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근로자의 업무시간, 휴게시간, 임금, 퇴직,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사항 등 근로자에게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을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가 이를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을 뿐 해당 의견을 취업 규칙에 반영할 의무가 없어 일방적으로 사용자의 입장만을 반영한다는 지적에 대한 보완법안이다.

같은 당 신창현 의원은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허용되는 '특례업종'에서 택시운송업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59조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고 법에 열거한 업종에 해당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이 주52시간 근무제에서 제외되는 특례업종이다.

신 의원은 "택시운송업은 타코미터기로 휴식과 주행 등 운행시간과 휴식시간의 100% 추적이 가능한 만큼 특례업종에서 제외해 장시간 노동을 억제할 수 있다"며 "임금산정 방식 역시 실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해 그 금액이 최저임금 이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추가 연장근로 가능대상 확대" = 반면 한국당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해 산업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는 부분에 보완 입법의 초점을 맞췄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과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탄력근로제란 근로시간을 일일, 일주일 단위로 지켜 주 52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절별·월별 업무량에 따라 효율적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에서 정하면 2주,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거친 경우 3개월 단위로 탄력적 시간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월말과 월초에 바쁜 일이 반복되는 사업장 △신제품 출시 등을 위해 6개월 이상의 장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IT·R&D 분야 사업장, 벤처 스타트업 △계절적 수요 변동이 큰 에어컨 제조업체 △호황과 불황에 따라 수요변동이 큰 건설·조선업 등은 현행 탄력적 시간 근로제로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추 의원과 신 의원은 탄력 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취업규칙에 의한 경우는 1개월로, 노사 간 서면 합의에 의한 경우는 최대 1년으로 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추 의원은 또 주 52시간을 넘어서 추가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를 확대하고 이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는(주 12시간 이외에)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해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연장근로 시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연장근로 시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요건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자연재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해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해 놓고 있다.

이상 발의된 법안은 민주당과 한국당 당론으로 발의된 것은 아니다. 아직 도입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만큼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고 각 당의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방향성은 다르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조만간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보완입법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주52시간 시행 한 달…"해상 시운전 3주 나가면 3달치 근무"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일부 사업장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간주근로제' 노사 합의...나머지는 아직도 "고민중"
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조선소 해상 시운전 부서 김철수 부장(가명, 52세)-"선주에게 배를 넘기기 전 최종 점검인 해상 시운전을 나가면 최대 3주 동안 배 위에 생활하게 되는데, 이를 모두 근로시간을 계산하면 504시간(3주*7일*24시간)이 된다. 이는 8시간 계산으로 하면 3개월 근무와 맞먹는다."

해상 시운전은 건조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배의 성능을 바다 위에서 최종 검증하는 작업이다. 일반 선박의 경우 바다에 나가 실제 운항조건에 맞춰 검사하는 데 3주 정도가 걸린다.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의 경우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일단 한 번 바다에 나가면 근로자 교체가 어려워 통상 배 위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선 사흘만 배 위에 있어도 근무시간이 일주일 최대 근무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는 점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무시간에 대한 해석이 까다로워지면서 선상 체류시간 전체가 근무시간으로 적용되는 탓이다.

조선소 근무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교체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재 노사간에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할지, 해상 시운전을 출장 처리할 지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간주 근로시간제'에 합의해 법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107,000원 상승500 0.5%)에선 최근 노사가 해법으로 선상 근무시간을 법적으로 정해진 하루 8시간으로 간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초과되는 시간에 대해선 기존과 마찬가지로 승선수당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두 회사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아직도 노사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업계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혼란에 따른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일찌감치 4조 3교대 근무가 정착된 덕에 평소엔 문제가 없지만 신제품을 연구라인에서 제조라인으로 옮기는 이관 작업 때 인력운용이 문제다.

예전엔 양산을 시작하는 신제품의 수율(정상제품 비율)을 최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팀과 공정개발팀, 제품개발팀, 제조·양산 연구팀 등 관련 임직원이 모두 매달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했지만 이제는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표 등을 다시 짜서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머스크의 대형 잭업리그/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머스크의 대형 잭업리그/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삼성전자 (43,650원 상승350 -0.8%)LG전자 (71,600원 상승200 -0.3%) 등 가전 제조사들은 한 여름에 팔 에어컨을 사전에 생산해 놓은 덕분에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따른 생산 차질을 아직은 빚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소·중견 제조사의 경우 임시직을 뽑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화학업계는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공장 점검·보수에 돌입하는 대규모 정기보수 기간을 앞두고 걱정을 하고 있다.

업체들은 기존 보수 기간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업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보수 기간인 30~40일에서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해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진행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걱정된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오후 5시 퇴근 문화 정착과 야근 및 저녁회식 감소 등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근무 시간 내 집중근무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 분위기도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선택근로로 출근 시간이 늦춰진 경우도 있으며 시간관리를 위해 업무시간을 직접 체크하는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현 기자, 최석환 기자, 한민선 기자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증권가도 '저녁 있는 삶' 확대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자기개발·취미생활 활발, IB 계약직 등 "현실과 괴리" 지적도

40대 초반의 A증권사 박모 차장 - "7월부터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만성 피로가 덜해진 느낌이다. 절대적인 근무 시간이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교통 체증이 심한 '러시 아워' 시간을 피할 수 있어 퇴근할 때 피곤함이 훨씬 덜해졌다. 무엇보다 평일에도 12살 아들, 7살 딸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아이들과 아내의 만족도가 너무 커졌다."

30대 초반의 B증권사 김모 대리- "일주일 전부터 CFA(국제재무분석사) 자격증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동안은 퇴근이 늦어 엄두가 안 났는데 이제는 오후 5시 칼퇴근이 가능해져서다. 처음에는 눈치가 보여 퇴근 시간이 되도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정시 퇴근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MT리포트] 52시간 근무 한 달, 한국은 어떻게 달라졌나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증권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사는 특례제외 업종으로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일부 증권사가 시범 운영에 나서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한 달 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인식의 차이'다. 하나금융투자 직원들은 예전과 달리 '하루 8시간' 근무, 즉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빨리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과 불편한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다 보니 자기 계발이나 운동 등 취미 생활을 하는 직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C증권사 김모 차장은 최근에 집 근처에 헬스장을 등록했다. 퇴근 직후 집 근처로 빠르게 이동해서 한 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귀가해도 오후 7시 밖이 되지 않아 저녁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여의도 증권가의 저녁 약속 시간도 당겨지는 분위기다. C증권사 IB 담당자는 "예전에는 오후 7시쯤에 만났다면 최근에는 한 시간 이상 당겨 6시 전후로 저녁 약속을 많이 잡는 편"이라며 "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신저를 통한 시간 외 근무도 사라지고 있다. KB증권은 본사 내부 곳곳에 업무시간 외 카톡 지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캠페인 입간판을 세워두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카톡 업무 금지'라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 지시나 교류가 빈번했는데 요즘에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도 퇴근 이후라면 개인적으로 연락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만 주 52시간제를 시범 운영 중에 있어 전체 업계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의도 소재 골프장, 헬스장 등이 예전보다 크게 붐비거나 상권이 바뀌는 등의 변화가 아직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매년 계약을 하는 IB(투자은행) 영업직 직원의 경우 오후 5시 퇴근 종용이 무리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대형증권사 IB 부장은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할 때 최소 3개월~4개월은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아직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후 5시에 퇴근했다가 일을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 직원들의 경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인력을 추가로 선발하거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

배규민 기자, 김도윤 기자

세종=최우영
세종=최우영 young@mt.co.kr

머니투데이 경제부 최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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