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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하베스트, 씁쓸한 특종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8.07.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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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과 11월, 몇 꼭지의 기사로 사실을 말했지만 새겨듣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집권 1년8개월차 ‘살아 있는 권력’의 아킬레스건(자원개발)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2014년 정부가 바뀐 뒤의 국정감사를 계기로 5년 만에 추종보도가 쏟아졌다. 하베스트(하비스트) 얘기다.

2014년 11월 모 공중파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MB 자원외교 실패’와 언론의 책임을 다루면서 인수 초기부터 문제를 제기했던 단 하나의 매체를 거명했다. 머니투데이였다. 하베스트에 관한 이후의 비판적 보도는 큰 틀에서 머니투데이 단독기사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 기사들을 요약하면 ‘한국석유공사가 정부의 자주개발률 목표치를 맞추려고 매장량을 부풀리는 등 가치를 제대로 안 따져보고 하비스트를 샀는데, 조 단위의 손실을 보고 국민 세금으로 뒷감당하게 된다’였다.

그 이후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기사 내용대로 상황은 흘러갔다. 단군 이래 최대 석유확보는 단군 이래 최악의 부실이 됐다.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등의 ‘자체점검 결과’ 매장량 평가가 부적절했음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8년9개월 전 보도와 다르지 않다. 매장량(Reserves)은 확인(Proved) 추정(Probable) 가능(Possible) 3가지로 나뉜다. 하베스트 IR(기업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월 확인매장량은 1억5000만배럴, 추정매장량은 2억1990만배럴이었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확인매장량 2억2000만배럴’이라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속이거나 부풀렸다고 기사로 지적하자 석유공사는 “관행”이라 했고, 주무부처로서 보도자료 발표를 주도한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는 “보통 추정매장량으로 산정한다”고 했다.

‘자체점검 결과’ 석유공사는 2007년 투자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외부자문을 받았고 컨설팅업체로부터 확인매장량은 100%, 추정매장량은 50%만 그 가치를 인정할 것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이사회에는 확인과 추정매장량 모두 100%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다르게 보고했다. 특히 하베스트 인수에서는 ‘내부 투자기준과 다르게 매장량과 자원량 등의 가치를 반영해 자산가치를 과대평가’했다. ‘불확실성이 높고 경제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추가매장량’까지 가치를 매겨 최대 3억8100만 캐나다달러를 더 쳐줬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경부나 석유공사가 추정매장량을 확인매장량이라고 국민들에게 알린 건 관행이나 실수가 아니라 ‘거짓’이었던 셈이다. 석유업계에서 매장량을 속이거나 부풀리는 것은 분식회계와 맞먹는 범죄라는 점에서 나중에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밝혀져야 한다. 이미 2009년 기사에서 썼듯이 로열더치쉘은 2004년 회사가 보유한 석유·가스의 확인매장량을 부풀려 발표했다가 들통이 나 회장이 물러나고 자원탐사·생산담당 최고책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경질됐다.

[광화문]하베스트, 씁쓸한 특종
하베스트 투자실패는 단순히 등락이 심한 원유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었거나 혹은 에너지기업을 보는 안목이 모자라 생긴 판단 미스가 아니다. 머니투데이의 최초 문제의식처럼 성과를 내려고 무리한 인수를 감행하면서 의도적인 부정 또는 배임행위를 한 의혹이 짙다. 산업부가 지난 5월29일 하베스트 관련 내용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고 석유공사가 강영원 전 사장을 상대로 인수업무 부실과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한다고 하니, 이 과정에서 진실이 낱낱이 가려지길 기대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석유공사뿐만 아니라 국민의 돈과 국가의 부가 희생됐고 에너지 빈국에서 ‘자원개발’이 금기어가 됐다는 점이다. 하베스트를 석유공사에 팔아치운 쪽이 승자라면 산 쪽은 석유공사든 국민이든 대한민국이든 간에 모두 패자다. 그 씁쓸함이 가슴에 사무친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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