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화 물꼬 튼 삼성…하반기 경영시계 빨라지나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가 이달 중으로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것이 유력시되면서 삼성의 하반기 경영시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결단'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규모와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이냐만 관심이다.


◇이 부회장·김 부총리 내주 초 평택서 만날 듯…반도체 제2생산라인 투자 유력=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면담을 계기로 파격적인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다음 주 초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제2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전격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이틀 뒤인 2월 7일 경영위원회를 열고 이와 관련한 예비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바로 다음 날에는 진교영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다"며 "투자 규모가 곧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1라인의 경우 2021년까지 총 30조원이 투자될 예정인 것에 비춰봤을 때 제2생산라인도 수십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43조4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지만, 올해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에 따라 투자 시기나 규모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도 있겠으나, 일단 대규모 투자로 방향이 잡힌 것 같다"며 "삼성전자 특유의 '스피드 경영'이 복원되는 행보"라고 말했다.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3급) 규모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상·하반기에 걸쳐 대졸과 전문대졸, 고졸 등을 전부 통틀어 1만여명을 뽑아왔다.

삼성그룹 인사팀장 출신인 원기찬 삼성카드 (37,450원 ▼650 -1.71%) 사장은 지난 27일 드림클래스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하반기 채용 확대를 시사했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에 투자나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릴 경우 지나치게 정부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비칠 것을 우려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文 대통령-金 부총리 만남 다음엔? 李 부회장, 하반기 국내 경영활동 가시화할까=고용·투자 계획 발표와는 별도로, 이 부회장이 이번 김 부총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하반기 국내 경영활동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해외 네트워크 복원에 우선 주력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국내 경영 행보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당장 31일 예정된 삼성전자 이사회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 신분을 유지 중이지만 상반기 열린 이사회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경우,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 부회장의 이번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뢰회복 방안을 하반기 중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짧게는 이 부회장의 지난 2월 석방 이후, 길게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던 2016년 말~2017년 초부터 이른바 '반삼성' 여론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고 회복방안을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물론 올해 상반기까지도 재개되지 못한 굵직한 규모의 M&A(인수합병) 작업에도 재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말에 있게 될 삼성 정기인사·조직개편도 재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3월,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해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지만 대안 없이 그룹 컨트롤타워가 일시에 없어진 탓에, 그룹 내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세 축을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가 꾸려지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 비전을 내놓긴 했지만 새 시스템이 아직까지 안착했다고 보긴 어려워 현재의 체제에 한 단계 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