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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진짜 '공정한 규제'가 필요하다

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입력 : 2018.08.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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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편집자주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1980년 이후 38년 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나섰다.

약 40년간 스물일곱 차례 갈고, 담금질해서 쓰던 '규제의 칼'을 전면적으로 개보수해 아예 새 칼처럼 '날을 더 세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글로벌경쟁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한 거래를 반대할 사람이나 기업은 없다. 문제는 규제가 합목적성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또 규제 대상자들이 '룰'에 공감할 수 있느냐다. 그래야 규제를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개정이 행정편의주의적이거나 이념적 지향점으로 달려갈 때 그 대척점의 사람들은 규제를 '도구가 아닌 무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전히 공정경쟁의 규제 프레임에는 3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타도해야 할 재벌'과 '억압받는 대중'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은 30년을 넘게 흘렀다. 재계에서는 월급을 줘 본 적이 없고, 산업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책입안자들의 오류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과 논리는 공허한 학문의 유희에 사용될 때는 상당히 예리하지만, 현실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세상을 사는 기본 원리다. 그 원리의 기초 위에서 시대의 변화를 얹는 것이 정책이다. 시대의 변화를 아는 것은 현장의 경험에서 나온다.

글로벌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깨지고 부서져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돌아왔을 때 그 아문 상처 위에 돋아나는 새 살에서 경험을 얻는다. 그리고 이를 단초로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일감몰아주기의 대상범위를 대주주 지분 30%에서 20%로 낮췄다. 30%에서 20%로 낮췄으면 그 낮출 때의 합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20%는 안되고, 19.9%는 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냥 책상에 앉아 대기업들이 29.9%로 낮추니 더 옥죄어야 한다는 논리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15%에서 5%로 낮추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4%나 6%가 아니고 5%인지, 그렇게 해서 국민 전체에 어떤 이익이 있는지의 설명은 없다.

경제력집중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의 범위를 GDP(국내총생산)의 0.5%로 바꾼 것도, 0.5%는 규제하고, 0.49%에 포함된 기업은 규제하지 않아도 되는 합당한 설명이 없다. 30여년 전처럼 우물안 개구리로 국내에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10배 덩치가 큰 미국과 중국, 일본 기업들과 싸워서 이겨야 대한민국 국민들의 배를 불릴 수 있는데 그런 기업을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규제의 잣대를 갖다 댄다. 왜냐고 물으면 명약관화한 논리가 없다.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막겠다는 논리 뿐이다.

공정(公正)이란 큰 사람보다는 작은 사람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크든 작든 같은 룰을 적용받는 것이 공정이다. 이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기반으로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어떻게 공정을 실현하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나눌지는 복지부에 맡기는 게 맞다.

MB 시절 동반성장을 이유로 대기업 커피 체인점의 진출을 막은 결과, 광화문 네거리 반경 1km 이내에 거의 모든 동네 커피집은 사라졌다. 대신 42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책상에서 내려친 규제의 칼날은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이렇게 생채기를 남긴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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