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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즉시연금, 금감원이 밝혀야 할 3가지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8.08.03 03:56|조회 : 6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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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며 금융감독원의 대응에 3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첫째는 소비자 보호의 범위다.

즉시연금 민원은 애초 연금액이 가입설계서에서 안내받은 최저보증이율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예시된 최저보증이율에 미달하는 연금만 추가 지급하면 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약관에 만기환급 재원을 뗀다는 표현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영업비용으로 뗐던 사업비까지 다 돌려주라고 했다. 보험사는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기 때문에 훗날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료 운용수익 일부를 만기환급 재원으로 쌓는다.

덕분에 즉시연금은 비과세의 초고금리 원금보장 예금상품이 됐고 소비자로선 예상치 못했던 추가 수익이 생기게 됐다. 소비자 보호란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지 복권 같은 예상외 수익을 주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감원이 즉시연금 일괄구제를 역설하면서 보험업계는 난리가 났지만 소비자 관심은 그리 뜨겁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즉시연금 민원건수는 지난해 말까지 37건, 올해 추가로 80건 늘어난게 전부다. 그렇게 화제가 됐는데 민원건수는 전체 16만건의 0.0007%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연맹도 지난달 27일부터 즉시연금 공동소송을 위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지만 하루에 5~10건 문의가 들어오는게 전부다.

이유는 즉시연금 가입자가 부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보험사의 경우 즉시연금 수입보험료의 38%가 가입금액 5억원 이상, 24%가 10억원 이상이었다.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해도 가입금액 5억원 이상이 20%가 넘는다. 즉시연금 평균 가입금액도 2억원 남짓이다. 한 번에 현금 수억원을 지를 수 있는 사람이 대상이라는 의미다. 가입금액이 적을 경우 매월 받을 수 있는 연금이 미미해 즉시연금의 장점을 누릴 수 없어서다.

가입금액 2억원에 만기 10년이라면 금감원 권고대로 보험금을 추가 지급할 경우 가입자가 만기 때까지 받을 수 있는 돈은 1300만원으로 추산된다. 1300만원이 큰 돈이긴 하지만 최장 10년에 걸쳐 쪼개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돈을 받으려 자기 신분을 밝히고 서류를 제출하며 민원 넣고 소송 걸 재력가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부자들로선 귀찮게 민원이건 소송이건 제기하고 싶지 않은데 금감원이 일괄구제라는 명목하에 보험사에 알아서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해주니 ‘탱큐’일 테지만 이게 소비자 보호인지는 의문이 든다.

둘째, 일괄구제가 적용되는 즉시연금 대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즉시연금) 건수가 16만건에 달하고 (약관이) 굉장히 유사한 상황”이라며 일괄구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16만건 전체에 대해 보험금 추가 지급이라는 일괄구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문제는 즉시연금 약관은 4가지인데 KDB생명의 약관에 대해선 아직 분조위의 지급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조위 결정 전인 KDB생명 유형도 일괄구제 대상인지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분조위의 지급 결정을 받아들인 삼성생명과 같은 약관을 썼으면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윤 원장 발언과 다소 차이가 나는 답변을 했다. 이는 약관의 차이에 관계없이 16만건의 즉시연금이 모두 일괄구제 대상인 것처럼 밝혀온 금감원의 그간 입장과도 상반된다,

윤 원장도 삼성생명 유형만 일괄구제 대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그간 ‘즉시연금 16만건에 추가 지급 보험금 1조원’이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내용은 일괄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부풀리기식 전시행정이었던 것인지 금감원의 설명이 필요하다.

[광화문]즉시연금, 금감원이 밝혀야 할 3가지
마지막으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에 대한 분조위 결정대로라면 금감원이 만든 표준약관 상당수가 사업비를 떼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금감원 입장이 궁금하다.

분조위는 삼성생명이 약관에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고 기재했을 뿐 연금액에서 만기환급금 적립액을 뗀다는 내용이 없다며 사업비 공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금감원이 보험업계에 제시한 표준약관에 ‘적립액 산출방법서에 따라’라는 표현이 많다는 점이다. 분조위 결정에 따르면 보험금 계산방법을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이 문구만 썼을 경우 사업비도 떼지 못하고 보험료 원금에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쳐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상품이 앞으로 부지기수로 생겨날 수 있다.

윤 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약관을 사전 심사한 금감원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1차적 책임은 판매한 회사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회사가 판매한 상품이 금감원이 제시한 표준약관을 토대로 만들어진 거라면, 그래도 1차적 책임은 금감원을 믿고 표준약관을 따른 보험사에 있을까. 금감원은 막강한 권한에 비해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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