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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레전드' 창업 1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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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레전드' 창업 1세대가 그립다
자존심이 상한 이병철 삼성 회장은 미국과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다. 1974년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한 뒤 국내 반도체 관련 업종 기업의 지인들을 찾아다녔으나 제대로 된 조언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의식을 느낀 나머지 함구하는 지인도 있었다.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반도체 사업을 연구하던 이 회장은 마침내 가능성을 발견했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83년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른바 ‘2·8 도쿄선언’이다.

이후 35년이 흐른 2018년 11명의 국내 주요 국책·민간연구소장은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 순간’으로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2·8 도쿄선언’을 꼽았다. 전·현직 대기업 홍보책임자의 모임인 한국CCO클럽은 연구소장들에게 지난달 출간한 ‘한국경제를 만든 이 순간’에 수록된 100여 가지 사건 중 엄선한 33가지를 예시하고 이중 ‘10개의 순간’을 고르게 했다. 회장을 맡은 정상국 전 LG그룹 홍보팀장(부사장)은 “어제의 역사는 내일의 나침반”이라며 “반세기 넘게 우리 경제는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늘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패를 가름한 건 기업인의 의지와 집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에서는 ‘2·8 도쿄선언’(1983년) 외에 △현대자동차의 포니 첫 생산(1974년) △포항제철 준공(1973년) △네이버 출범(1999년) △88서울올림픽 유치(1981년) △빅딜 등 대기업 구조조정(1998년) △금성사, 국산 첫 라디오 생산(1959년) △정주영, 거북선 그림으로 유조선 수주(1971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선언’(1993년) △SM, 한류의 개막(2002년) 등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이 순간’으로 선정됐다.

도전, 열정, 헌신, 애국, 창조, 혁신 등 창업의 동기, 기업경영의 키워드 등이 모두 녹아든 사건이자 순간들이다. “나라가 없으면 삼성도 없다”(이병철) “이봐 해봤어?”(정주영)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우리는 미래를 샀다”(최종현) “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택하겠다”(박두병)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이건희) 등 한국경제를 만든 ‘이 한마디’ 역시 레전드급 창업 1, 2세대의 주옥같은 명언들이다. 지금이야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당사자들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이고 목숨과도 같은 가슴 속 울림의 외침이었다. 현재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전설’이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에서 이런 레전드급 사건, 전설의 창업자 얘기를 꺼내면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기업, 기업인들은 이해관계자의 시선, 잣대에 따라 선(善)과 악(惡)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같은 경영행위를 놓고서도 이쪽, 저쪽의 평가가 극단을 달린다. 어떤 이에겐 한국경제의 버팀목이고, 어떤 이에겐 정경유착의 표본이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를 놓고서도 한쪽에선 '구걸', 다른 한쪽에선 '독려'라고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레전드'는 가고 남아 있는 창업 2, 3, 4세대들은 원죄(原罪)라도 있는 양 드러나지 않으려, 눈에 띄지 않으려 애를 쓴다. 일부 재벌들의 자의반 타의반 권력 눈치보기, 편법 상속, 갑질 등의 대가 치곤 후유증이 광범위하고 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선 선대(先代)처럼 먼훗날 '레전드급'으로 기록될 한국경제를 만든 '이 순간' '이 한마디'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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