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폭탄'에 이어 '물폭탄'…아수라장 된 강릉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 강원 강릉시 노암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 /사진=뉴스1

강원 영동지역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시민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6일 새벽부터 영동지역엔 시간당 강우량 100㎜에 육박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새벽 2시30분부터 강릉을 중심으로 내린 비의 시간당 강우량은 92㎜를 기록했다. 이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기록한 시간당 강우량 100.5㎜에 이은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속초 275.5㎜, 강문(강릉) 258.5㎜, 강동(강릉) 221㎜, 주문진(강릉) 217㎜, 양양 169.5㎜ 등이다. 기상청은 전날 영동지역 예상 강수량을 50㎜ 내외로 전망했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새벽시간에 쏟아지자 영동지역 주요 도시는 혼란에 빠졌다. 이날 아침 강릉에 도착한 피서객과 시민들은 물난리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6일 강릉시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주택 및 상간 49동과 도로 29곳, 기타 3곳 등 총 81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교2동에서는 이재민도 1명 발생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 강원 강릉시 KTX 강릉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 /사진=뉴스1

KTX강릉역도 물폭탄을 맞았다. 코레일 직원들이 대합실에 찬 물을 빼내고 출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대처하고 있다. 다만 KTX열차는 정상운행하고 있다.

물폭탄을 맞은 건 강릉 만이 아니다. 속초시는 이날 오전까지 주택 13동, 도로 51곳, 기타 19건 등 90여 곳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속초 도심 텅학동 도로에도 물이 차 상인들이 배수에 나섰고, 금강아파트 담벼락이 붕괴됐다.

강원 영동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 강원 강릉시 경포오거리 일대 도로에서 폭우로 밀려든 토사물 제거가 한창이다. /사진=뉴스1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 강원 강릉시 포남1동 사거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 /사진=뉴스1

일부 도로는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강릉시의 헌화로~심곡항, 삼일탑~진안상가, 안목삼거리와 속초시 아남프라자 앞, 금강아파트 일원, 영랑호 일원 등 6곳이 침수돼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폭염에 시름하던 농민들은 이번엔 홍수에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속초에서 비닐하우스 20동 등 농경지 3.5 헥타르가 물에 잠겼다.

강원 영동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 강원 강릉시 죽헌동 위촌천 수위가 범람 직전까지 높아졌다. /사진=뉴스1

영동지역 유명 관광지인 설악산도 통제되고 있다. 오색~대청, 백담~대청, 공룡 능선, 서부능선 등 고지대 20개 탐방로는 현재 출입이 불가능하다. 대표적 저지대 탐방로인 울산바위, 비선대, 주전골, 백담사 등도 마찬가지.

갑작스런 폭우의 원인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뉴스1에 “동풍과 서풍의 부딪침에 의한 대기불안정, 지형적 특이성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 강원 강릉시 오죽헌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