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 가계빚만 늘렸다

금융혁신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 1년간 뚜렷한 혁신 없이 가계대출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가계부채 억제와도 상충되는 정책으로 은산분리 완화가 가계부채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이하 카뱅)는 지난해 7월27일 출범 이후 지난달 말까지 1년간 7조1000억원의 가계 대출을 집행했다. 이는 KB국민은행 10조8161억원과 신한은행 7조5039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것이다. KEB하나은행(6조8828억원)과 우리은행(4조1374억원)은 가뿐히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카뱅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없이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액 3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만 놓고 보면 카뱅이 4대 시중은행을 모두 제쳤다.

카뱅은 전세자금대출 3500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6조7500억원이 모두 신용대출이다. 국민은행(4조1594억원), 우리은행(3조1078억원), 신한은행(1조345억원), KEB하나은행(8076억원)과 비교하면 신용대출 취급에선 카뱅이 압도적이다.
대출이 100% 가계 신용대출로 이뤄진 케이뱅크(이하 케뱅)는 지난해 4월3일 출범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대출잔액이 1조1500억원이다. 최근 1년간 증가액은 5200억원으로 KEB하나은행을 2876억원 차이로 따라 붙었다.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비해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 중 하나인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은 부진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저금리를 내세워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해 가계부채를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뱅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금액 기준 21%, 건수 기준으로도 38%에 그친다. 금액 기준으로 대출 79%가 1~3등급 고신용자에게 집중돼 기존 시중은행의 대출 관행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케뱅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금액 기준 40%, 건수 기준으로 60%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된다는 평이다.

업계에선 금융혁신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가계대출 중심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기도 한 모바일 채널을 통한 비대면 영업으로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찾기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

은행 수익모델의 다른 큰 축인 기업금융은 비대면 거래로는 한계가 있는데다 은산분리가 완화된 가운데 기업 대출에 적극 나설 경우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가 불거진다. 펀드 판매와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등으로 수수료를 버는 수익모델도 기존 은행과 차별화가 쉽지 않다,

결국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정부가 전 금융권에 강조하고 있는 가계대출을 통한 이자장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채널을 하나 더 늘리는 것에서 그친다면 금융혁신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은산분리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얻을 수 있는 혁신이 뭔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