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은행권 적금 여전히 '찬밥'

금리 상승기가 본격화 됐지만 대표 목돈 마련 상품인 은행권 정기적금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리는 상승세지만 여전히 '쥐꼬리'인 탓에 금융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또 보다 고금리를 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약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7조2080억원으로 지난해 7월말(38조9104억원) 대비 1조7024억원 감소했다.

기준금리 연 1.5% 이하의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된 2015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는 은행권 적금의 불황기였다. 연 2%대 적금 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외면이 이어졌고 수신고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실제로 5개 은행의 적금 잔고는 지난해 3월(39조1643억원) 40조원 밑으로 떨어진데 이어 현재까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7월 말에는 전월(36조8577억원) 대비 소폭(3503억원, 0.95%) 반등했지만 40조원대 회복은 여전히 소원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낮은 이율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력 적금 상품들의 금리는 만기 12개월 기준 우대금리를 포함해 2.0~2.5%대에 머물러 있다. 1년전보다는 약 0.5%포인트(p) 안팎 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목돈 마련이라는 가입 취지에 부합하기에는 이자 수준이 낮다는 평가다.


하반기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된다 해도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소비자들이 기존 은행권의 적금에 대해서는 점차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반면 고금리의 인터넷전문은행 또는 저축은행 상품에 대한 접근성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범 1년을 맞은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고는 7월 중순 기준으로 8조6300억원이며 이중 자유적금이 20.9%, 약 1조80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5개 은행에서 1년새 줄어든 적금 잔고(1조7024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케이뱅크 역시 카뱅에 버금가는 빠른 수신고 증가를 자랑한다.

저축은행 적금 역시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49개 저축은행의 예·적금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연령별 적금 가입 건수는 20대 20.9%, 30대 38.6% 등으로 2030 세대가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했다. 저축은행 적금의 평균 금리 역시 12개월 기준 2.66%(8일 현재)로 은행권보다 높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은행권 적금의 인기가 시들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추세"라며 "저축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등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젊은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