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샌드위치'된 한국, 글로벌 생산망 재검토해야"

허창수(가운데) 전경련 회장이 지난 3월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를 방문한 토마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오른쪽),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안 타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슈퍼 301조 적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진단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의 샌드위치에 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생산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98년 IMF 금융위기 전후부터 약 20년간 무디스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한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미중 통상전쟁에 대한 미국측 시각과 한국에의 영향 좌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통상 공세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하원의 소극적 대처로 변화 가능성이 낮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번 회장은 글로벌 통상환경과 대미 투자환경 악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상황의 재현이라고 진단하고, 글로벌 생산망 재구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번 회장은 현재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이자보상비율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미중 통상전쟁으로 당장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무역 부문의 문제로 한국 경제에 약점이 생겼지만 한국의 개선된 금융체질 덕분에 거시적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위험요소는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번 회장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단초인 중국의 지재권 보호 소홀, 외투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도 미중 통상전쟁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은 우려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77%에 이를 정도로 높고 최근 10년간 해외투자가 외국인 투자 유치액 대비 3배에 달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미중 통상전쟁이 한국 경제의 대외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현재의 어려운 국내외 경제 여건을 헤쳐나가도록 혁신 성장, 규제 완화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 행정부의 중국 불공정 무역, 보조금 지급, 지재권 보호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현재와 같은 통상전쟁 형태보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른 국가와 협력 형태를 취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통상당국에는 한중일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의 완결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11) 가입 등의 적극적 추진을 주문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좌담회에 대해 "미국이 왜 통상전쟁에 나서는지, 언제까지 통상전쟁이 지속될지를 점검해 우리 기업이 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개최했다"며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모든 채널을 활용해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