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박근희 전 부회장, CJ행…삼성-CJ 화해모드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선대의 갈등으로 다소 불편했던 삼성 그룹과 CJ그룹간 화해 물꼬가 텄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박 부회장의 CJ행을 두고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10일 CJ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 부회장 역할과 함께 CJ그룹 대외 업무 총괄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오는 13일부터 공식 출근한다.

CJ가 1993년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후 삼성그룹 부회장을 지낸 고위직 임원이 CJ그룹으로 옮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불편한 관계였던 양측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갈등 해소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으로 입사해 GE로 옮겼다가 지난 2013년부터 CJ에서 대외업무를 맡아온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난 상태다. 게다가 손경식 CJ 회장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CJ 대외 업무를 담당할 고위 임원이 필요한 상태에서 박 부회장 영입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양 측의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삼성맨인 박 부회장을 영입하는 데 최고위급 인사의 합의가 없었다면 가능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물꼬를 튼 양 그룹의 관계는 이번 인사로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1953년 충북 출신인 박 부회장은 청주상고와 청주대학을 졸업한 뒤 1978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거처 2004년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 대표이사(사장)를 맡았다.

이후 2005년부터 삼성그룹 중국 본사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을 맡으면서 삼성의 중국 사업을 이끌었다. 2011년부터 삼성생명 대표를 맡았고 201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삼성의 신화’로 꼽힌다.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박 부회장은 2015년 말 삼성그룹의 고문을 맡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올해 CJ그룹으로 자리로 옮기며 다시 현업에 복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