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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프랑크푸르트대와 IG 파르벤

뉴스1 제공 |입력 : 2018.08.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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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본부 건물은 ‘유럽의 펜타곤’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장대한 건물이다. 1950년대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업무용 빌딩이었다. 2차 대전 후 연합군 점령군사령부 건물로 쓰였고 마셜플랜이 집행되었던 곳이다. CIA와 미군이 계속 사용하다가 독일통일 후 미군 철수 과정에서 1995년에 독일 정부에 이양되었다. 리노베이션 후 프랑크푸르트대가 쓰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 프랑크푸르트가 거의 완파되었지만 아이젠하워가 나중에 사령부로 쓸 요량으로 이 빌딩은 폭격하지 못하게 했다는 설이 있고 가까운 곳에 미군 포로수용소가 있어 폭격을 면했다는 설도 있는데 어쨋거나 이 건물은 원형 그대로 보전되었다.

이 건물의 명칭은 ‘IG 파르벤 빌딩’이다. IG 파르벤(IG Farben, 1925~1952)의 본사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파르벤은 2차 대전 이전 세계 4대, 유럽 최대의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화학·제약기업이었다. 2차 대전 직전인 1938년에 종업원 수가 약 22만명이었고 1945년까지 독일 국내외에서 약 700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렸다. 파르벤은 4인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업이기도 하다.

독일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미국의 스탠다드오일 사례를 본뜬 대형 M&A 필요론이 있었다. 파르벤은 그 결과물이다. 1925년에 BASF, 바이엘, 훽스트, 아그파 등 6개 기업이 합병했다. 파르벤의 M&A 사례를 따라 영국에서는 이듬 해인 1926년에 ICI가, 프랑스에서는 1928년에 롱프랑이 각각 탄생했다.

M&A를 통한 탄생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르벤은 ‘주인 없는’ 회사가 되었다. 경제사가 알프레드 챈들러는 파르벤을 역사상 최초의 전문경영인 기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여행에서 스탠다드오일 사례에 깊은 인상을 받아 파르벤의 탄생을 주도했던 바이엘의 CEO 칼 뒤스버그와 프랑크푸르트대 공동설립자인 폰 와인버그를 필두로 구성된 이사회가 전권을 행사했는데 ‘신들의 모임’(Council of Gods)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파르벤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했던 독일의 산업생산력 핵심기업이었고 나치를 지원하고 협력했던 기업이어서 ‘히틀러의 전쟁기계’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파르벤은 실제로 1933년에 히틀러가 정권을 잡는 데 가장 큰 재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파르벤의 이사 24인은 전쟁이 끝난 후에 뉴렌베르크 전범재판에 넘겨져 13인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나치협력과 유대인·정치범 강제노역 혐의를 받았고 계열사 한 곳에서 유대인 집단살해에 사용된 독가스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 대다수는 얼마되지 않아 석방되었고 독일의 전후 경제복구와 부흥에 큰 역할을 한 기업들에 경영진으로 복귀했다.

파르벤 자체도 소련 점령지역에서는 철저히 분해되었으나 서구 점령지역에서는 나치 청산 과정에서 재건되어 1951년에 1925년 탄생 이전 원래의 멤버 회사들인 BASF, 바이엘, 훽스트, 아그파로 분리재건되었다. 전쟁 끝 무렵에 미군은 독일 각지의 파르벤 생산시설에 대한 폭격을 자제했었다. 사노피에 흡수된 훽스트를 제외한 3개 기업들은 아직도 세계 정상의 화학·제약기업으로 존속한다.

IG 파르벤 빌딩은 1920년대에 지어졌지만 파르벤과 제3제국과의 인연 때문에 줄곧 ‘죄악의 냄새’(Smell of Guilt)가 난다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 논란은 미군이 떠나면서 종식되었지만 다시 건물 이름을 놓고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2014년에 프랑크푸르트대 평의원회가 원래의 이름을 보전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프랑크푸르트대는 정식 이름이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교다. 파르벤은 처음에 유대자본 기업이라고 비난 받았지만(IG 파르벤 빌딩의 대지가 로스차일드 가문 소유지였다) 친나치기업의 대명사가 되었었다. 전후에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이 기업이 독일 사람들이 가장 숭상하는 괴테의 이름이 붙어있는 대학에 그 전성기 본사 건물을 남겨주었다는 것이 흥미 있게 느껴진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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