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독과점 내수산업' 발언에 "해외서 돈 버는데…"

‘금융이 독과점 내수산업’이라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에 대해 은행권은 내수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에 진출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한 3대 은행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2조3863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순이익은 16조8524억원이다.


이들 은행이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은 전체 순이익 대비 미미한 수준이지만 2015년 5532억원에서 △2016년 6210억원 △2017년 7366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475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연간으로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3대 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도 늦었지만 해외에서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고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지방은행까지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은 2015년 5억6910만달러에서 △2016년 6억51100만달러 △2017년 8억660만달러 등으로 늘어났다.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까지는 5%를 넘지 못했으나 2013년 12.5%로 10%를 넘어섰다. 3대 은행의 해외 순이익 비중은 10% 안팎이다.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의 17.1%를 차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2.9%, 8.7%였다.


특히 해외 진출은 은행들이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더욱 빛났다. 조선, 해운 등의 대규모 부실로 어려움을 겪었던 2016년 해외 순이익 비중은 26.3%였다. 특히 다른 시중은행보다 조선, 해운업종 여신이 많았던 KEB하나은행은 2016년 해외 순이익 비중이 24.5%였다.

주요 은행들은 앞으로 해외 순이익 비중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해외 순이익 비중을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신한금융그룹은 2020년까지 해외 순이익 비중을 2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은행권이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은 전통적인 독과점 내수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산업의 수출 비중보다 높다. 최근 3년간 SK텔레콤의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9%에 불과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이 독과점 내수산업’이 맞는 말이지만 그동안 해외 진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성과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