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뜨자 문닫은 공인중개소…"단속 미리 알았다"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내 공인중개소 단속에 나선 국토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단속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국토교통부에서 점검 나왔습니다."(부동산 현장점검반)

"저희는 사진 찍으라고 한 적 없어요. 찍지 마세요."(잠실동 K공인중개소)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상가동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구성된 현장점검반이 부동산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들이닥치면서다.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들 30여명까지 합세해 상가는 한동안 어수선했다. 다른 상가 영업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단속하는 게 어딨냐는 상인들의 항의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날 정부 합동점검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업·다운계약 △분양권 불법전매 △위장전입 같은 불법행위가 있는지 단속하기 위해 실시됐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신고시스템(RTMS)과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근거로 잠실주공5단지 내 일부 공인중개소에서 불법행위가 의심가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이날 불시 현장점검 장소로 정했다.

정부 합동점검반이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공인중개소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불법행위 현장점검을 벌였지만 이날 상가 내 공인중개소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시작은 요란했지만 이날 실제 점검이 이뤄진 곳은 잠실주공5단지 내 공인중개소 30여곳 중 단 5곳에 그쳤다.

다른 공인중개소들은 마치 단속이 나올 것을 미리 알고있었던 것처럼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현장점검을 위해 3팀 8명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이 출동했지만 헛걸음했다.

국토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을 의식해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도 끝까지 단속 장소를 알리지 않았으나 헛수고였다.

한 상인은 "휴가철이긴 하지만 저번주만 해도 대부분 공인중개소가 영업을 했다"며 "단속 나올 것을 알고 문을 닫은 것"이라고 말했다.

매번 정부가 단속에 나설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점검이 올 것을 알고 중개소들이 문을 닫는데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단속이 예고됐고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문을 닫은 듯하다"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업장은 직접 연락해 소명자료 제출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최근 서울의 집값 급등 현상이 실수요가 아닌 투기세력의 영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과열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의 집값 과열 양상이 진정될 때까지 현장점검을 무기한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분양권 불법전매, 청약통장 불법 거래, 위장전입시 거래당사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공인중개사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과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보다 고강도의 조사를 통해 시장질서를 교란·왜곡하는 편법·불법행위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