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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의 개人주의]"개고기? 메뉴서 뺐어요"…보신탕집 '썰렁'

[개人주의][동물권TALK]종로 보신탕 전문점 단골 손님들 북적…높아지는 반대 여론에 수요 꾸준히 줄어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08.15 05:05|조회 : 5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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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적 진보는 동물에 대한 처우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혹은 맛있는 음식 재료라는 이유로 동물의 목소리는 무시 받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때 우리도 새롭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사람)만 생각하는 '개인주의'가 아닌 개(동물)와 사람이 함께하는 '개人주의'를 위해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부터 맥주와 콤비를 이뤄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닭의 삶까지 여태 알지 못했던 우리 주변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지난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보신탕 전문 식당의 모습. 얼마 전 폐업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보신탕 전문 식당의 모습. 얼마 전 폐업했다. /사진= 유승목 기자
해방을 경축하는 광복절이 됐다. 하지만 펄펄 끓는 폭염으로부터 해방될 기미는 없다. 낮 기온 35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젠 당연해졌다. 이에 삼복(三伏) 마지막인 '말복'을 맞은 사람들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너나 할 거 없이 보양식을 찾고 있다.

'보신탕'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개고기 논란은 날씨처럼 뜨거워졌다. 벌벌 떨며 복날만 무사히 넘기길 바라는 개들의 해방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다. 개 식용 금지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보신탕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었지만, 썰렁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먹으면 기운이 듬뿍 난다고?= 서울이 35도, 대구가 36도까지 치솟은 지난 13일 오후 1시 보신탕 식당이 모인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을 찾았다. 5분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 온 몸을 적실 정도의 뜨거운 날이었다.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보신탕도 즐겨 찾는 메뉴 중 하나였다.

노인들 발길을 따라 보신탕 식당을 가 봤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자리가 모자라 다른 손님과 합석을 해야 했다. 처음 맡아본 개고기 냄새에 비위가 상해 코를 막자 합석한 테이블에서 먼저 식사 중이던 손님은 "개 냄새 처음 맡냐"며 웃었다. 삼계탕을 주문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전부 수육, 개장국 등 개고기 요리만 눈에 띄었다. 식당 관계자는 "개고기 반대 여론을 알지만 여전히 자주 찾는 단골들이 많다"고 말했다.

식당에 자리를 차지하고 개고기 요리와 소주를 곁들이는 사람들은 대체로 노인 남성 무리였다. 젊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식당을 찾은 이모씨(67·남)는 개고기 맛을 묻자 "맛있다. 요즘 같은 더위에는 지치면 이만한 게 없다"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끝에는 식당에서 붙인 보신탕 효능이 있었다. '원기보강', '식욕부진', '정력증진' 등에 좋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보신탕 전문점의 모습. 주변 노인들이 많이 찾았고 테이블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보신탕 전문점의 모습. 주변 노인들이 많이 찾았고 테이블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사진= 유승목 기자
[유승목의 개人주의]"개고기? 메뉴서 뺐어요"…보신탕집 '썰렁'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은 전통으로 내려오는 개고기 효능에 주목한다. 실제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안정되게 하고 혈맥을 돕는다. 장과 위를 두텁게 하고 허리와 무릎을 데워준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도 개고기 영양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때문에 개고기는 '고단백 영양식'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효능이 검증된 바는 없다. 한국에서는 개고기를 기운을 북돋는 음식이라 여름에 먹지만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겨울에 먹는 등 풍습이 일관되지 않다. 동의보감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본초강목에서는 '열병에 개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등 역효과를 지적하기도 했다.

영양학적으로도 개고기는 다른 육류보다 성분이 뛰어나지 않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2016년 발간한 '국가표준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개고기를 비롯,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개고기의 에너지(256Kcal)는 소고기(292Kcal)보다 낮았고 닭, 돼지 고기에 비해 단백질은 적고 지방이 훨씬 많았다. 흔히 알려진대로 그리 뛰어난 고단백 식품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최근 비위생적인 개 사육환경이 알려지며 건강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개들이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 지난달 11일 카라가 발표한 '식용개농장의 음식폐기물 급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개농장이 가공 처리되지 않은 음식폐기물을 사료로 먹인다. 이미 상해서 악취가 나는 폐기물에 항생제를 섞어 먹이는 식이다. 닭 내장 등 축산폐기물도 있어 조류독감(AI) 등 가축감염병 확신 우려까지 나온다.
[유승목의 개人주의]"개고기? 메뉴서 뺐어요"…보신탕집 '썰렁'
◇발길은 점점 줄어드는 중, 갈등은 아직= 이 같은 사실과 비인도적인 도살 방식 등이 알려지고 반려인구는 차츰 늘어나면서 보신탕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몇몇 유명 전문 식당을 제외하면 보신탕 식당은 파리가 날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년 528곳에 달했던 서울 시내 보신탕 식당은 10년 만인 2014년 329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날 찾은 또 다른 보신탕 전문 식당은 한산했다. 점심 시간임에도 단 한 테이블의 손님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10여분 간 지켜봤지만 식당을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길 건너 보신탕집은 얼마 전 장사를 접고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종로3가 인근에 위치한 영양탕 집은 아예 보신탕을 메뉴에서 제외했다. 이 식당 관계자는 "최근 개고기 반대 여론도 높고 보신탕 수요도 줄어 판매 중단했다"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이 지난 1월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에 대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81.2%에 달했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개고기를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단 1.2%에 불과했다.
지난 13일 찾은 종로구의 한 식당. 삼계탕, 추어탕, 오리백숙 등 보양식 메뉴가 붙어 있는 가운데 보신탕 메뉴가 지워져있다. 식당 관계자는 "보신탕 수요가 줄어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3일 찾은 종로구의 한 식당. 삼계탕, 추어탕, 오리백숙 등 보양식 메뉴가 붙어 있는 가운데 보신탕 메뉴가 지워져있다. 식당 관계자는 "보신탕 수요가 줄어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사진= 유승목 기자
보신탕을 먹지 않는 인구 중 24.8%는 개고기를 먹어본 경험자지만 더 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는 '자발적 취식중단자'로 돌아선 경우다.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인 사육환경에서 개가 키워져 보신탕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생각을 바꾼 것. 조사에 따르면 '개 농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접한 후 개고기 찬성 응답자의 42.8%가 '유보'나 '반대'로, 또 개고기 유보 응답자 36.9%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대학생 원모씨(27·남)는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맛봤는데 맛있어 몇 차례 먹은 적 있지만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 대한 뉴스를 접한 뒤로부터 먹기 싫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려인 김모씨(62·남)는 "젊은 시절에 개고기를 먹었는데 직접 반려견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먹지 않게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개고기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5월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개를 가축의 정의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담은 '축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6월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 의원이 식용 개 도살 행위를 막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4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불법 개농장 철폐'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이에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위헌 헌법소원 인용'과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지난 4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불법 개농장 철폐'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이에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위헌 헌법소원 인용'과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청와대 역시 '개와 고양이 식용을 종식해달라'·'개와 고양이 도살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청원이 각각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자 지난 10일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개 식용이 과거와 달리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사회적 논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개 식용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여전하기 때문. 육견협회 관계자는 "뚜렷한 대책도 없이 개 식용을 막으면 식당이나 농가 피해가 막심하다"며 "전통적인 식문화를 인위적으로 제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신탕을 찾는 일반 시민들의 불만도 많다.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박모씨(71·남)는 "내게 개고기는 복날 전통이자 특식"이라며 "여전히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씨(28·남) "인간과 친하다는 개의 특수성을 개고기 반대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잘 이해가 안간다"며 "사육환경이 문제라면 소나 닭처럼 깨끗하게 키우도록 법을 마련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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