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일반고 전환 시작부터 '삐걱'...곳곳서 '파열음'

대성고등학교학부모회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자율형사립고인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성고는 지원자 감소 등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다./사진=뉴스1

최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중심으로 자립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외고) 폐지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일반고로의 전환 시도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강원외고의 경우 강원도교육청과 전환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결국 부결로 일반고 전환에 실패했다. 일반고 전환 계획을 통보한 부산국제외고도 재학생들이 자퇴하는 등 대량 이탈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사고·외고 폐지와 일반고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서울시교육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부터 자사고에서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 자사고 폐지 방침 이후 일반고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대성고등학교도 학부모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대성고 학부모회는 전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00여명이 일반고 전환 반대 시위를 벌인데 이어 14일 청문회를 열고 학교측의 일반고 전환 추진과 서울시교육청의 행보를 '묻지마' 행정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박하고 있다.

학부모회는 대성고 일반고 전환과 관련 서울시교육청이 △학생·학부모 의견수렴 절차상 하자 △자사고 지정 취소를 위한 교육청의 불법행위 △자사고 지정취소 '지정 목적 달성' 여부 판단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성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준비하면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진행과정이 일방적인 학교측 통보로 이뤄졌고, 공식적인 학부모회의에서도 형식적 질의응답만 진행됐을 뿐 학부모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고 지정취소 같은 학칙개정 사항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4항에따라 '학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가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회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약한 학부모참여주의와 학생 인권을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 과정을 독단적이고 불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신들의 지정운영위원회 회의 일정 공개 요청 등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학부모가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사고 지정 취소는 신입생 미달 사태 등의 '지정 목적 달성' 여부로 판단해야 하는데 대성고는 올해 처음 신입생이 미달됐을 뿐이고 전체 신입생 정원의 10%가 조금 넘는 비율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자사고 폐지 사유로 고교서열화를 주장하지만 고교서열화와 초중등 사교육을 부추기는 실질적인 귀족 학교는 특목고와 과학고, 영재고와 외고 등이지 자사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교육청이 (대성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만 집중하는 것은 사학의 방만한 운영을 묵인하고, 사학 법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