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다크투어' 일제강점기 문화유산 다시보기

호남지방에서 생산된 쌀을 실어나르던 '구 군산세관 본관'은 벽돌 건물에 동판으로 얹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사진=문화재청

덕수궁 중명전과 서대문형무소. 이 두 곳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잔혹한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현장이나 자연재해 장소를 방문해 의미를 되새기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다크투어)이 인기를 끌면서 일제강점기 문화유산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빛을 찾은 날' 광복절을 맞이하기까지 겪은 어두운 역사를 알아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다크투어 장소를 살펴봤다.

◇아픈 역사의 시작, 늑약과 국치

'을사늑약'의 아픔이 서린 덕수궁 중명전 전경. 현재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고종황제의 편전으로 사용된 덕수궁(사적 제124호) 중명전은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고종이 늑약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헤이그 밀사로 이준 등을 파견한 기념비적인 곳이다. 문화재청은 건물의 형태를 되찾는 공사를 통해 대한제국 당시 모습으로 복원했다. 현재 중명전은 전시관으로 활용 중이다.

서울 남산 예장자락 속 남산 예상자락의 1.7km가 역사탐방길로 이어졌다. ‘국치의 길’으로 명명된 이 길은 쓰라린 국권상실의 역사 현장을 직접 걸으며 치욕의 순간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된 조선통감관저 터를 시작으로 조선총독부 터, 노기신사 터, 갑오역기념 터, 경성신사 터, 한양공원비석, 조선신궁 터를 돌아볼 수 있다.

◇식민지 통치시설의 상징, 지배의 효율성을 높여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고초를 겪은 서대문형무소는 현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활용 중이다. /사진=문화재청

일본은 1907년 인왕산 기슭에 약 1848㎡(560여평)의 목조건물을 짓고 ‘경성감옥’이라 불렀다. 이후 서대문감옥으로 이름을 바꾼 후 다시 서대문형무소(사적 제324호)로 고쳐 불렀다. 해방될 때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수감 돼 고문을 당했는데 김구 선생, 유관순 열사 등도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구치소로 이용되기도 했으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한 뒤 자주 독립정신을 기리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성재판소 건물은 대법원 건물로 사용되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사진=문화재청

1928년 일제는 서울 중구 정동에 고딕풍의 경성재판소 건물을 완공했다. 경성재판소는 서대문형무소와 더불어 식민지 통치시설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경성재판소 건물은 해방 후에는 대법원 청사(등록문화재 제237호)로 사용되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수탈의 창구, '목포의 눈물, 호남의 눈물'

전남 목포시에 위치한 동양척식주식회사(시도기념물 제174호) 건물은 일제강점기 대표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목포지점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 지점 중 현재 남한 지역에는 부산과 목포밖에 건물이 남아있지 않다. 현재 목포근대역사관 2관으로 사용 중이다.

일제강점기 대표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목포지점. 현재 목포근대역사관 2관으로 쓰이고 있다.

호남지방에서 생산된 쌀을 실어나르던 '구 군산세관 본관'은 서울역,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벽돌 건물에 동판으로 얹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구 군산세관 본관'은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545호)로 승격됐다. 현재 호남 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