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애증의 ING생명'…비싸서 관심 끊었다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의 ‘새 주인’으로 부상하면서 KB금융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비은행부문 강화에 금융업권의 남은 퍼즐로 생명보험사 인수를 검토하며 오랜 기간 ING생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ING생명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이고 앞으로 우량 생보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달 경영진과 만남에서 “연내 무리한 M&A(인수·합병)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매각작업이 본격화한 뒤 KB금융도 후보로 거론됐지만 관심이 낮다는 입장으로 풀이됐다.


　윤 회장은 그룹 내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생보사 부문을 키우기 위해 M&A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오버페이’(과도한 지출)를 경계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그룹 내에선 ‘시장에서 얘기되는 ING생명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지분 59.19%에 대해 2조5000억~3조원가량의 매각가를 제시했다가 최근 신한금융과 2조1000억~2조4000억원의 가격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 중이다. 그러나 KB금융 내부에선 2조원대 초반 가격마저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12년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던 당시보다 가격이 급등했지만 영업경쟁력은 나아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은 2012년말 ING생명 지분 100% 인수에 2조2000억원을 제시했다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1조8000억원에 ING생명을 인수한 뒤 상장시켰다.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지분은 59.15%로 전날 종가(3만6350원) 기준 가치는 1조8000억원을 밑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조원대 초반에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KB금융에선 6년 전에는 지분 100% 인수에 2조2000억원이었는데 60% 인수가격이 100%와 비슷한 것은 ‘비싸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ING생명 인수에는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40% 이상의 잔여지분 매입가격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따른 자본확충 등 큰 규모의 추가 자금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전 대비 ING생명의 영업 차별점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은 ‘대졸 남성 설계사’를 주축으로 서울 강남 영업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인데 MBK파트너스가 관리하면서 적지 않은 ‘대졸 남성 설계사’가 조직을 떠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ING생명의 남성 설계사는 2012년 12월 5111명에서 올 5월 3939명으로 1172명(22.9%) 줄었다. 같은 기간 여성 설계사는 273명(14.9%) 감소했다.

　2021년 IFRS17 시행을 앞두고 우량 생보사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선 중국 보험당국의 해외자산 매각조치로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내부에선 동양생명을 ING생명 못지 않은 매력적인 매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