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美에 "관세·불매" 맞대응… 장기전 가능할까

13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외벽 전관판에 원·리라화(터키) 환율이 전일대비 16.13원 떨어진 164.52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리라화는 터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제제재 및 고율관세부과 정책으로 인해 가치가 폭락했다. 2018.8.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터키가 미국을 향해 '강한 맞대응'을 이어갔다.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인상하는가 하면 미 제품 불매운동도 선언했다. 외교 다각화를 추구하며 러시아와도 관계 구축에 나섰다. 그럼에도 터키가 미국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은 터키에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15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와 쌀, 주류, 석탄, 화장품, 의약품 등에 적용하는 관세를 2배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와 주류는 관세가 각각 120%, 140%로 인상되며 잎담배도 60%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지난 10일 미국 측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적용한 관세를 각 50%, 20%로 두 배 인상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정의개발당 창당 17주년 기념 연설에서 "우린 미국 전자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행할 것"이라며 "그들에게 아이폰이 있다면 (우리에겐) 삼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미(反美) 캠페인의 일환으로 애플 아이폰 대신 경쟁제품인 삼성 갤럭시를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터키 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터키항공과 터키텔레콤은 미국 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미국에 맞서기 위해 외교 관계 다각화에도 나섰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린 새로운 동맹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모습이다.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그들(미국)은 제재, 위협, 협박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도 "우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이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거들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터키와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며 중국, 이란과도 그랬듯 터키와 양자 무역에서 달러 사용을 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가까이 지내는 건 도움이 되겠지만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터키 경제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루블화 폭락을 겪은 러시아도 터키를 도울 만큼 경제 사정이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WSJ는 터키와 협력 강화를 단언한 라브로브 장관이 이날 구체적인 터키 지원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터키의 경제적 여건이 빈약한 점도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지속하는 데 걸림돌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최근 수년간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 중 하나지만 이는 외화 부채에 따른 것이었다"며 "현재 터키는 상황이 악화했을 때 경제를 구할 만한 충분한 외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 벌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지만, IMF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대출을 승인해줄 리 만무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며칠 내 또는 일주일 내 (앤드루 브런스 목사 석방)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추가적인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