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ING생명 인수에 2.1조 이상 주기 어려운 이유

ING생명 M&A(인수·합병)를 둘러싸고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가격차는 3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MBK파트너스는 2조4000억원을 원하지만 신한금융이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수준의 국내 기업 인수 원칙을 고수하면 2조1000억원 이상을 주기는 어려워서다.
다만 신한금융이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한 뒤 ING생명 주가가 떨어진다면 증시에서 나머지 지분을 싸게 살 수 있어 100% 전체 지분에 대한 인수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향후 나머지 지분에 대한 염가매수 기회를 노리고 신한금융이 가격을 더 양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신한금융, 2조원대 인수자금은 충분=ING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402억원이었다. ING생명의 연간 순이익을 3000억~3500억원으로 추정하면 ROE 10%를 적용할 때 지분 100%에 대한 가치는 3조~3조5000억원이다. 이 경우 지분 59.15%에 대한 신한금융의 적정 인수가는 1조7745억원~2조702억원 수준이다.

최근 두달간 ING생명의 평균 주가는 4만1500원으로 시가총액은 3조4030억원이었다. 59.15%의 가치가 2조129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2조1000억원에 인수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은 4%다. 다만 ING생명 주가는 신한금융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지난 14일 12.41% 급락한 3만6350원으로 마감해 시가총액이 2조980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경우 2조1000억원에 인수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19%로 올라간다.

신한금융은 2조원대의 인수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최근 조달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약 5400억원)를 감안하면 현재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은 119.7%로 추정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30%까지 확대할 수 있어 인수가가 2조1000억원일 경우 출자여력은 1조657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기자본 부족분은 은행 등 자회사에서 받는 중간배당과 순이익, 원화 신종자본증권 추가 조달 등으로 확충 가능하다. 인수가가 2조4000억원으로 늘어도 출자여력이 1조7260억원으로 부족분은 중간배당 등으로 충당 가능하다.

◇5년간 두배 비싸진 ING생명, 그만한 가치 있나=신한금융이 2조1000억원에 ING생명을 인수한다면 MBK파트너스가 5년 전인 2013년 지불했던 가격보다 2배가량(97.2%)비싼 것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지분 59.15%의 가치는 1조647억원이었다.


시가평가와 별개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5년간 ING생명의 실질적인 가치는 어느 정도 올랐을까. ING생명이 MBK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직전 해인 2012년(2012년3월~2013년2월)부터 지난해가지 당기순이익은 1993억원에서 3402억원으로 70.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는 4조1237억원에서 4조1133억원으로 0.3% 줄었다. 신규 보험 가입을 의미하는 초회 보험료는 4108억원에서 4439억원으로 8.1% 늘었다. 보험 영업은 크게 확대되지 않았지만 채권 등 보유 자산이 우량해 자산에서 나는 수익이 늘며 순이익이 증가했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이 기간 ING생명의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비중은 대략 6:4 수준으로 유지됐다.

총자산은 2012년 3월 21조3445억원에서 올해 3월 31조4251억원으로 47% 늘었지만 총자산 기준 생명보험사 순위는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은 372%(2012년말 기준)에서 455%로 올라 업계 최고 수준이다.

◇카드에 편중된 비은행부문 강화에 최적의 선택=1인 가구 증가로 종신보험 인기가 시들해지는 등 생명보험사의 영업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카드에 편중된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데 국내에서 ING생명보다 나은 매물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4%로 은행부문과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비은행부문 중 신한카드 비중이 65.9%로 편중이 심하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신한카드는 정부의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에 올해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이 55% 급감했다. 신한카드의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으로선 신한카드가 했던 역할을 분담해줄 대안이 필요하다.

ING생명은 신한금융이 다시 KB금융을 앞서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9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KB금융(3조3100억원)에 3900억원 차이로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ING생명의 순이익 3400억원은 KB금융을 따라잡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ING생명 인수 후 생명보험업계 8위인 신한생명과 합병하면 총자산이 61조4055억원으로 NH농협생명(63조8761억원)에 이어 5위로 뛰어오르고 4위 탈환도 노려볼 수 있다.

신한금융은 ING생명의 남은 지분 약 40%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이 옛 현대증권을 인수했을 때처럼 염가매수 기회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은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의 경영권 인수 후 두 회사 주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주식교환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나머지 지분을 확보해 7000억원에 달하는 염가매수차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