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 '부메랑'… 흔들리는 美 중소기업들

/사진=뉴스1

미국발 무역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미국 내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직원들을 해고하는 곳이 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시카고트리뷴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금고 제조업체인 '스택 온 프로덕츠'(Stack-On Products)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위치한 두 개 공장 직원 153명을 내보내고 오는 10월 공장 가동을 중지, 멕시코로 이전하기로 했다.

스택 온 프로덕트의 고위 인사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제 미국 공장은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1일 EU(유럽연합), 멕시코,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멕시코 등지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입해 쓰던 많은 기업들이 원가 부담 증가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아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었다.

미 리서치업체 트레이드파트너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미국 내 4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최대 못 생산업체인 '미드 컨티넨트 네일'은 직원 500명 중 130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직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세가 부과되자마자 비용이 급증했고 2주 만에 주문량이 70% 줄었다"며 "반면 중국, 대만, 인도 등에 있는 경쟁업체는 관세 없이 원재료를 조달해 제품을 생산한다. 그들이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동안 미국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엘리먼트 TV' 회사도 10월 5일자로 직원 134명 중 8명 만을 남기고 전원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재가동에 대비한 최소한의 유지·보수 인력만 남기고 영업을 중지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중국의 보복관세로 피해 입은 농가에 대해 직접 자금을 주거나 정부가 농산물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최대 12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피해를 입는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체에 '무작정 버티기'를 요구하면서 업계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EU 보복 관세 영향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보이콧(불매운동) 선언과 대통령의 공개 비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