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정 입어협상 불발…해수부 "日 조속한 협상참여 촉구"

지난 4월 대형선망어선 150여척이 한일어업협정 협상을 촉구하며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을 출발해 해상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매년 상대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 조건을 결정하는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2016년 6월 이후 2년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일본측의 불성실한 협상태도로 인해 올해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측에 조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 2018년 어기(2018년7~2019년6월) 한일어업협정 입어협상이 양측 간 입장 차이로 당초 이달초 개최 예정이던 2018년 어기 협상 타결을 위한 '한일 어업공동위원회'가 열리지 못했다고 16일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에 따라 매년 상대국 EEZ에 서 조업을 해 왔다. 양국은 상대국 EEZ에서 조업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을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해 왔다. 하지만 2015년 어기(2015년1~2016년6월)가 종료된 이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장기간 상호입어가 중단된 상태다.

2018년 어기 협상은 지금까지 총 6차례 진행됐다. 올 4월 과장급 회의가 한차례 열린 것을 시작으로 5~6월 3차례 국장급 3회, 6월 실장급 1차례, 차관급 1차례 회의가 열렸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놓이게 된 주요쟁점은 우리 갈치 연승어선 입어규모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이와 동해중간수역의 대게 어장에서 양국 어업인 간의 원활한 조업을 위한 어장의 교대이용(교대조업 협의)에 관한 이견 등이다.

2015년 어기 협상 당시 양측은 2019년까지 우리 연승어선의 입어허가 척수를 40척 줄이고, 일본은 선망어선(30척)과 채낚기어선(10척)을 40척 줄여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우리 연승어선의 불법어업 문제를 제기하며 자국 내 입어 척수를 206척에서 73척으로 3분의 1로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측은 앞서 합의했던 40척 외에 추가적 감척방안과 함께 불법어업 근절을 위해 향후 불법어선의 일본 EEZ 입어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교대조업 협의 문제의 경우 과거부터 양국 어업인은 동해중간수역에서 대게 조업을 위해 자율적으로 일정한 수역과 기간을 합의해 어장을 교대로 이용해 왔지만 일본 어업인들의 교대조업 수역 및 기간의 대폭적인 확대 요구 등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교대조업 협의는 2015년부터 재개됐고 민간단체인 한국수산회에서 주관해 일본 측과 협의해왔다. 정부도 양측 어업인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언·지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양측 어업인 간 입장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양국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우리 어민들의 경우 일본 EEZ 수역에서 연간 1만8000여톤의 수산물을 잡고 있지만 일본어민은 우리 수역에서 7000톤 정도만 잡고 있는 만큼 협상이 결렬되도 일본 입장에선 손해가 크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어업계의 관측이다.

게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인근 8개 현에서 잡은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일본측의 반발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는 올 2월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불복, 2심인 WTO 상소기구에 상소한 상태다.

해수부는 입어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 없이 교대조업 협의는 다른 민간 간 협의와 마찬가지로 양국 어업인들이 주도해 상호 호혜의 목적 아래 자율적으로 협의토록 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피해어민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정부는 수협을 통해 한·일 어업협상 피해업종 중 대형선망 등 출어경비가 높은 업종에 대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주요 피해어종인 갈치잡이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갈치 금어기인 7월의 경우에도 북위 33도 이남에서 갈치잡이를 허용한 바 있다.

신현석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2018년 어기 입어협상을 계속 추진해 나가기 위해 일본 측의 협상 참여를 촉구하는 한편, 조속한 입어협상 타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