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도 중동질서 무너지나…터키發 반미동맹 결성 조짐

15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이 카타르 군주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왼쪽)을 만났다. /AFPBBNews=뉴스1

터키가 카타르로부터 15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받으며 우군을 확보했다. 그동안 미국 우방으로 활동한 터키가 카타르에 이어 이란과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국 주도의 중동 질서가 무너지고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이날 터키에 15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약속했다. 이브라임 칼린 터키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달러 직접 투자를 약속했다"며 "터키와 카타르 관계는 진정한 우정과 견고한 연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는 지난 14일 미국의 대(對)이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관세 보복에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의 미국인 목사 구금 문제를 두고 양측이 벌이는 대립이 갈수록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앞서 미국은 터키산 철강 및 수입품에 두 배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고, 15일엔 미국인 목사를 석방해도 관세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불만이 많은 이란도 터키-카타르 연합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 5월 이란 핵 협정 탈퇴 이후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도 터키 측에 합류, 반미 공조 강화를 택하는 것이다. 터키는 이란,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휴전 협상을 주도하고, 전후 복구 사업 관련 협의를 지속하는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 방송매체 CNN은 "단기적으로 미국과 터키 간 갈등은 터키 경제의 몰락과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한 반발 등 국내 이슈에 머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방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를 잃게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터키를 주축으로 중동 정세를 관리해 왔는데, 터키가 반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동 힘의 균형이 서방에서 러시아와 이란 측으로 넘어갈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터키는 그동안 미국을 도와 중동과 흑해 연안 방어 및 이슬람국가(IS) 퇴치 등에 주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세계 2차 대전 직후에는 터키를 통해 러시아의 남하를 막았고, 이란과 이라크 간 분쟁도 해결했다. 하지만 앞으로 터키가 자신의 국방 안보에 치중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터키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터키는 중동을 넘어 러시아 및 중국과의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15일 터키-러시아-이란 트리오가 미국 제재에 맞서 뭉쳐, 워싱턴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만 해도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며 양측 관계가 냉각됐지만, 미국 제재를 계기로 양국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터키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공상은행(ICBC)은 터키의 에너지 및 운송 부문에 36억 달러 규모를 대출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은행의 터키 자회사도 올해 말까지 터키 정부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달 말 미국과 무역협상을 재개키로 한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더는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저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