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여성들에 말레이 법원 '최후 진술' 지시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시아 여성들에게 말레이시아 법원이 최후 진술을 지시했다. 자신들이 살해한 게 아니라는 새로운 반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16일(현지시간)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에게 마지막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범행을 저지른 여성들이 직접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언에 나서는 것이다.

시티와 흐엉은 작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김정남 얼굴에 바른 게 독성을 띤 물질인지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들이 주범으로 지목한 북한 국적의 남성 4명은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갔다. 여성들 측 변호인은 "당국이 진짜 범인인 북한 사람들을 잡지 못하니까 여성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북한의 국가적 개입이 의심되지만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남성 4명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 데다 여성들의 해명이 북한의 개입을 입증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정치적 암살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손에 바른 물질이 독성 물질인지 몰랐다는 도안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 도안이 화장실로 달려갔다"며 "매우 이상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달 여성들의 최종 변론을 들은 뒤 형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에선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토록 규정하고 있어 여성들에게 유죄 판단이 내려질 경우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