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코타나' AI 한몸…국내 생태계도 변할까

구글이 7월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기아 비트360에서 '안드로이드 오토'출시 행사를 갖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 '얼리어답터' 김씨는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AI) 기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안드로이드오토'를 써 보고 크게 실망했다. 글로벌 공룡 구글과 국내 강자 카카오 (48,600원 ▼500 -1.02%)가 손을 잡았다고 해 기대했지만 "XXX 전화 걸어줘"라는 기본적인 명령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 내비게이션의 지명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씨는 "안드로이드오토에서 사용하는 구글 음성인식(구글 어시스턴트) 서비스가 아직 한국어 학습이 덜 됐는지 현대차에 적용된 '카카오아이(i)' 기반 음성인식 기능과 비교해 정확도 차이가 현격하다"며 "USB 케이블로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결되는 순간, 구글 음성인식만 쓸 수 있다는 게 최대 단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카오i 음성인식 명령을 상호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났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15일(현지시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 AI플랫폼인 '알렉사'와 '코타나' 기능을 통합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에서도 AI플랫폼 연동을 통한 생태계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과 MS의 AI 연동조치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알렉사 이용자들은 코타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MS 일정관리·이메일 일기 등의 기능을 쓸 수 있고, 코로나 이용자들은 아마존 주문·배송추적·추가 주문·반송·환불 등의 명령어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각자도생'보단 연대를 통한 생태계 확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AI 시장규모는 지난해 125억달러(약 14조원)에서 3년 뒤인 2021년에는 552억달러(62조원) 규모로 커질 만큼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AI 서비스가 일상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태계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승패를 결정하는 만큼, 세(勢) 확대를 위한 기업간 합종연횡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AI 시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조기 시장 경쟁력 확대를 위한 연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AI 플랫폼 서비스 업체 대부분이 오픈소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만 공개해 아우뻘인 스타트업들과의 제휴만 고민하는 건 장기적으로 생태계 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아마존과 MS의 맞손과 유사한 국내의 LG전자 (91,200원 ▼1,400 -1.51%)·LG유플러스 (9,690원 ▲10 +0.10%)와 네이버의 AI 서비스 협력관계는 의미가 있다. 국내 AI 환경과 우리말 서비스가 능숙한 업체 간 협업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가능성도 높다.

현재 LG전자 AI 스피커 '씽큐허브'를 통해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의 생활밀착형 정보 검색을 할 수 있으며, LG유플러스는 네이버 클로바가 탑재된 AI 스피커 '우리집AI'를 유무선 통신 서비스와 연동해 판매 중이다. 또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도 카카오와 손잡고 각자의 AI플랫폼인 '빅스비'와 '카카오i'의 제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홈이 이르면 9월 중 국내에 출시되고, AI 스피커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의 국내 진출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을 이끌 업체 간 헙업에 바탕을 둔 생태계 확장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며 "극심한 라이벌 의식과 견제를 넘어서는 절실함이 반영된다면 SK텔레콤 (50,100원 ▼600 -1.18%)의 '누구'와 KT (33,300원 ▼350 -1.04%)의 '기가지니' 간 유무선 서비스 연동도 불가능하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