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로 '안전' 확보…원자력 R&D '융합연구' 활성화

최근 폭염에 따른 전력수급 위기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재차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원전 가동 ‘안전’을 담보한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아울러 그간 소극적으로 다뤄지던 방사선 연구의 예산·과제 수를 늘리고, AI(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 등 제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원자력 R&D(연구·개발)에 접목하는 융합연구도 활성화된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래원자력기술 발전전략’ 올 하반기 신규과제 공모 내용과 상세 추진일정을 대학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박홍준 연구재단 원자력 PM은 “그간 원자력 R&D는 원전 확대 및 성능 향상, 시스템 중심의 대형사업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원전 안전 기술 확보, 방사선 기술 활용 극대화,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 사회 문제해결기술 지원 등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우선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고를 미리 예측·예방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관련해 △원자력시스템 리스크 평가·관리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사고 감시·제어·조치 기술 △원자력 사고 신속대응 로봇 개발 등 신규 R&D 사업 과제로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전사고 발생 빈도를 10분의 1로 낮춰 원전 이용률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또 원전 방사선 방출 사고 등에 대비해 △원전 주변 토양 오염 무선 감시시스템 △방사능 방재시스템 △내진 성능 강화 △화재 방호 기술 등을 개발한다. 원전의 내진 성능을 20% 이상 높이고, 원전 화재 위험성과 방사선 사고 영향을 기존의 절반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원전 운전상태를 감시하는 기술도 고도화한다. AI,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사람의 실수로 이뤄지는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지능형 원전 자율운전시스템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기반 운전·고장감시예방시스템 개발 등이 주요 과제에 포함됐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방사선 기술 개발 부문에 적극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진단·치료용 방사선 의약품의 국내생산 기술을 확보해 치료비 절감 효과를 이끌어 보건·의료 재정 부족 문제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 방사선 기술을 토대로 한 치매·우울증·심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 조기진단기술 등을 개발하고, X선 등 방사선의료기기 국산화 등도 추진한다.

방사선을 활용한 융합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방사선 반응 빅데이터와 AI 방사선 반응 예측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방사선을 활용한 3차원(D) 프린팅 소재 등을 개발한다.

우주·해양·극지연구 등에 원자력 기술을 접목하는 융합연구도 본격 추진한다. 우주기술 분야에선 △우주선 동력원용 원자력 배터리 △원자력추진 우주선 △우주기지용 소형원자로 △우주인과 정밀기기의 우주방사선방호를 위한 차폐 성능 기술 △우주발사체 부품 결함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기술 등을 개발한다. 극지 연구에선 극지, 심해 등 극한환경에 이용 가능한 동위원소 기반 장수명 전력시스템 등을 개발한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번 원자력기술개발 신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반기 추진하고, 중·장기적인 방사선 연구를 위한 ‘미래 방사선 발전전략’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