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전주곡 vs 뜬금포…마장동 재건축주 '세림아파트'

마장동 '세림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경축.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통과!!"

지난 17일 찾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세림아파트' 외벽엔 알록달록한 색상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재건축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 절차의 통과를 알리는 것으로 마장동 일대는 물론 재개발사업 중심으로 주거지가 정비된 성동구에선 보기 어려운 글귀의 현수막이다.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실시되는 재개발에는 안전진단 절차가 없다.

1986년 준공된 세림아파트는 '마장동 우시장'(마장동 축산물시장)으로 유명한 마장동 일대에서 최고령 단지다. 노후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실시되는 정비사업인 재건축 포문을 열면서 시세가 단기 급등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림아파트 84.93㎡(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7억원에 1채 실거래됐다. 기존 역대 최고가인 4월(6억1500만원)을 웃돈 것이다. 전년 동기 평균 실거래가(5억2000만원) 대비 1억8000만원 높다.

1년 간 실거래가 상승률이 34%에 달했으나 소유자들이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하면서 시중에 풀리는 매물이 적다. 어쩌다 나오는 동일 면적 매도 호가는 7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세림아파트는 9개동, 15층 높이 811가구 규모이며 40.86㎡, 72.84㎡, 84.93㎡ 등 3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대지지분은 각각 25.4㎡, 45.26㎡, 52.78㎡로 전용면적 대비 62%선이다.


정비업계는 중층 단지에서 사업성이 나오는 대지지분 기준선을 '전용면적 대비 50%'로 보며 이보다 높을수록 사업 추진 여건이 낫다고 본다. 해당 단지는 서울지하철 5호선 마장역 역세권이면서 녹지시설 접근이 용이한 청계천과 가깝다. 왕십리역과도 인접한 입지 조건을 갖췄다.

단지 주민들은 기존에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입지 조건과 사업성을 감안해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시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기 전 안전진단을 신청하면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4월)' 판정을 받았다. 강남에선 재건축 연한인 '준공 이후 30년'을 채웠으나 사업 추진이 어려운 10억원 이상 시세의 단지들이 즐비하다. 세림아파트는 이보다 저렴하면서도 재건축주 반열에 먼저 오른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랠리가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본다. 사업 초기 단지들은 추가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받으나 남은 인·허가 절차도 많아 사업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장동은 신흥 주거지인 성동구에 속하나 외곽에 있다는 것도 주의점으로 거론된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비롯한 재건축 규제가 적용되는 것도 부담이 된다.

권 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단기 급등했으나 입지 조건과 사업성을 감안하면 과열 경계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재건축 사업을 진척하려면 정비구역에 지정돼야 한다. 성동구 관계자는 "세림아파트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도시계획업체를 선정해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이란 의사를 전달했다"며 "안전진단 통과 만으론 향후 정비사업 순항 여부를 가늠키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