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맘에 안 들어" 아버지·누나 살해한 20대 무기징역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기자

아버지와 누나를 둔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7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씨(24)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지극히 패륜적이고 잔인하며 피고인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막중한 결과를 야기했다"며 "아버지와 누나에 감정이 좋지 않았더라도 잔혹하게 살해한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이 죽은 것에 '미안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등 반감만 표했고 법정에서도 범행을 뉘우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올해 3월 서울 강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버지와 누나를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당일 자신의 방에 아버지가 새로 설치한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침대를 부수며 화를 냈다. 이에 자신을 혼낸 누나를 둔기로 내리치고 이를 말리는 아버지도 둔기로 때렸다. 김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해 자수했다.

김씨 변호인은 재판에서 "피고인은 학창시절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정신질환이 생겨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환자에 불과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감형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씨의 모친 김모씨는 "아들이 중학생 때 아빠에게 크게 3번 정도 폭행을 당했다고 들었다"며 "그 이후부터 아빠 얼굴조차 보기 싫어했고 항상 방문을 잠그고 지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어떤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가족에 대한 적대심이 강해 재차 강력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