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가 두려운 119…구급대원 폭행 상반기 18%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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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전북 익산시 익산소방서에서 열린 故 강연희 소방경의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소방관들이 고인의 운구차가 떠나자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2018.5.3/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지난 5월 1일 119구급대원인 강연희 소방경(51·여)이 주취자를 이송하다 폭행을 당한 뒤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소방공무원인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눈을 감은 강 소방경의 사연에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주취 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건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천명이 있었지만 현장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119구급대원 폭행건수는 99회로 지난해(81건)에 비해 오히려 18% 늘었다. 이 중 87%에 달하는 86건이 주취자에 의한 폭행이었다.


고 강 소방경의 직속상관이었던 정은애 인화119안전센터장(소방경)은 "구급대원 폭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잘 이야기하지 않다 보니 실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훨씬 많다"고 전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3년 간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이 총 564건에 달한다. 구급대원들이 하루건너 한번 꼴로 폭행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가해자가 음주한 케이스가 508건으로 열 명 중 아홉 명(90%)에 달한다.

(소방청 제공). © News1

최근 현장에서 만났던 한 구급대원은 "출동을 나가면 부지기수로 욕을 듣는다. 자주 듣다보면 내성이 생겨 괜찮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눈으로 보이지만 않을 뿐 하나하나 다 상처가 된다.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다"고 토로했다.


미온적인 처벌이 배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현행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벌금에 그치거나 징역형을 받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

상반기 발생한 소방구급대원 폭행 99건 가운데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으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1건도 없었다. 벌금이나 기소유예가 각각 1건씩이다.

최근 3년간 발생했던 564건의 폭행사건 중 183명이 벌금형, 147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해 167건의 폭행 사건에서는 벌금형이 16명, 징역형이 7명에 그쳤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복공무원 공무집행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최근 잇따른 소방구급대원, 경찰 폭행 사건등과 관련해 정부부처 수장들이 제복공무원을 향한 폭력을 중단해 줄 것을 호소했다. 2018.6.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반복되는 폭행 사태에 소방청은 지난 5월 구조 활동 때 맞는 119구급대원이 전자충격기, 최루액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119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소방이나 경찰관을 폭행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 등 가중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소방청은 올 연말까지 폭력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119·112상황실에 자동 신고가 되는 구급차 내 비상 장치 등을 개발·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구급대원 등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행 근절 캠페인을 강화하고, 폭행피해 구급대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의 강대훈 119구급과장은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폭력행위를 넘어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예방을 위해 강력한 처벌과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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