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슈퍼예산으로 '고용·인구·성장' 3대절벽 피한다

문재인 정부가 절벽 앞에 서 있다. ‘고용 절벽’과 ‘인구 절벽’, ‘성장 절벽’ 등 세 개의 절벽이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추락이다. 갑자기 등장한 절벽은 아닌데 좀체 절벽의 위험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 개의 절벽은 문 대통령 임기 내내 그를 괴롭힐 것이고 이 정부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계속 옥죌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계속 발버둥쳤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란 두 개의 큰 전략을 앞세워 세부 정책과제 수백 개를 쏟아냈다. 수단은 재정이었다. 집권 첫 해 결정한 2018년 예산 증가율은 7.1%.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재정 보강 등도 이어졌다.

하지만 각종 경제 지표는 악화 일로다. ‘일자리 정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고용 쇼크’ 정부가 됐다. 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취업자는 늘지 않는다. 인구와 산업 등 구조적 원인 탓으로만 돌리기엔 현실이 너무 암담하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보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현실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 모두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받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무엇보다 여당과 청와대의 재정 확대 의지가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자리에서 “때를 놓치면 안된다”며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지난 5월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며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혁신성장 등 모두 적기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사는데 지금 국민들의 소득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재정을 화끈하게 늘려 지출을 증대시키면 국민들이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지고, 결국 소비진작과 경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청은 이후 적극적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요구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예산 증가율이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당청이 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세수가 안정적이고 부채 관리도 잘 됐기 때문에 가용할 돈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2~2014년 세입 결손 탓에 그 이후 보수적으로 세입을 예상했고, 예산도 충분치 않게 짰다는 게 당청의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은 세금을 더 내는데, 정부가 지출을 보수적으로 계산하면서 예산을 짜니까 국민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긴축재정이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청은 또 현재 국가채무가 그다지 많은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38.6%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채무를 40% 수준까지 올려 관리해도 큰 문제 없다는 생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달하는 나라도 많은 상황에서 국가 채무를 너무 낮은 선에서 통제하면 지나치게 긴축재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일단 당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단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내년도 예산을 짰다. 두자릿수 증가율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다는 의미다. ‘10%대’는 기재부가 정해놓은 마지노선이다. 10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예산 증가율을 10.7%로 짰는데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넘기자는 생각에서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두 자릿수 인상이란 여지는 남겼다.
국회 관계자는 “기재부로선 당청의 두 자릿수 이상의 예산 증가율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지금 위기를 극복하려면 많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