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여름 산불'도 늘었다

지난 17일 오후 1시46분쯤 강원 춘천시 동면 월곡리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제공= 뉴스1, 강원소방본부

지독한 폭염에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보기 어려운 산불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폭염과 가뭄 속에서 담배꽁초같은 작은 불씨에도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피어오를 수 있어 산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에 웬 산불?= 지난 18일 오후 11시59분쯤 경기 안양시 삼성산에서 시작된 불길이 산림 5000㎡를 태운 뒤 헬기 4대 등 장비 15대, 150명의 인력을 동원한 산림청과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으로 7시간 만에 꺼졌다. 삼성산은 닷새 전인 지난 15일에도 화재가 발생해 산림 3300여㎡를 태웠다.

경북 군위와 울산 울주군의 야산에서도 각각 지난 15일과 지난 13일에 불이 나 임야를 태운 뒤 꺼졌다. 울산 울주군의 야산은 안양 삼성산처럼 지난 9일에 이어 연달아 화재가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모양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발생한 산불이 벌써 30건이 넘는다.

이같은 여름철 산불은 사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다. 장맛비가 내리고 습해 산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 산림청이 올해 발간한 '2017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을 분석한 결과 7~8월에 발생한 산불의 비율은 약 1%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에는 단 세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8월에는 한 건도 없었다.

서울 서초구 청계산에서 시민들이 등산에 나섰다. /사진제공= 뉴시스

올해 여름 산불 증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폭염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측·분석센터는 지난 7월에 발생한 산불의 원인을 적은 강우량과 고온건조한 날씨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 7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은 약 170mm로 지난해 7월 평균 강수량 308mm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을 만든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상시켜 장마기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폭염으로 인한 여름철 산불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름을 강타한 폭염으로 산불이 늘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3주째 이어지고 있고 스웨덴과 그리스에서도 폭염과 가뭄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담배꽁초 하나에도 걷잡을 수 없어=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인명피해는 물론 산림과 임야, 주택까지 집어삼키는 등 커다란 재산 피해를 남기지만 시작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등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산을 찾은 사람들이 실수로 낸 '실화'로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 원인 37%가 입산자의 실화다. 소각산불이나 성묘객 실화까지 합치면 81%에 달한다.

특히 등산이나 성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찾은 산에서 흡연을 하거나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등으로 취사 행위를 해 산불이 일어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광복절에 친구와 등산을 한 직장인 윤모씨(27·남)는 "등산로 입구나 산 속 나무 뒤에서 몰래 담배 피는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서 발생해 주민들을 대피하게 만든 산불의 원인도 꺼지지 않은 담배 꽁초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이같이 허락되지 않은 행위로 산불을 일으켜도 검거율도 낮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39.6%다. 지난해 일어난 산불 692건 중 입산자 실화, 담뱃불 실화, 불장난 등이 392건에 달하지만 검거율은 단 64건으로 약 21%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산불 가해자 처벌만큼이나 입산객들의 산불 예방 수칙 준수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산림청은 △산불 위험이 높은 통제지역 산행 자제 △입산시 성냥, 라이터 등 인화성 물질 소지하지 않기 △산에서 취사하거나 모닥불을 피울 경우 허용된 지역에서만 실시 △성묘 시 간이 소화장비 갖출 것 △산불 원인을 알고 있을 경우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 등을 권한다.

또 산행 중 산불을 발견할 경우 △산림관서나 소방당국에 신고 △바람 방향을 감안해 산불 진행경로에서 벗어날 것 △이미 타버린 연료지대, 저지대, 도로, 바위 등으로 대피할 것 △외투로 두드리거나 덮어서 초기의 작은 산불 진화 등을 숙지해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