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한 경쟁사들…한투·NH 발행어음 양강구도 이어지나

초대형 IB(투자은행)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시장에서 한동안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11,170원 ▼170 -1.50%)의 양강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해 온 미래에셋대우 (7,130원 ▼160 -2.19%)·삼성증권 (35,700원 ▼300 -0.83%)·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연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에 신청했던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지난 17일 자진 철회했다. 지난 4월 발생한 배당금 지급 오류에 따른 '유령주식' 사고로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받아 신규 업무 추진을 할 수 없게 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배당사고 제재가 확정돼 앞으로 2년간 신규 업무를 추진할 수 없게 된 내부 사정을 감안해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인가 신청에 대한 자진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3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KB증권도 지난달 한 직원이 고객 휴면 계좌를 이용해 3억6000만원 규모 투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포착, 상황이 반전했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통합 전인 지난 2016년 현대증권의 59조원 규모 불법 자전거래에 대한 징계 때문에 그동안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에 인가 신청을 했지만 승인이 보류됐고, 올 1월엔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불법자전거래에 대한 징계 효력이 지난 6월25일 끝나 인가 재신청을 준비해 왔는데 직원 횡령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금감원이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닌 회사 시스템 미비에 따른 문제로 결론 내려 징계할 경우 향후 2년간 또 다시 단기금융업 진출이 불가능해 진다. KB증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 조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해 금감원에 자진신고했다"며 "피해금을 원상복구하고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한 만큼 감독당국의 선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이 8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도 연내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말부터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면서 인가 심사가 중단되는 등 발목이 잡혀 있다.

단기금융업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 발행과 매매, 인수 등을 하는 사업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금융사가 인가 대상이다.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만기 1년 이내 어음발행 조달이 가능하다.

발행어음은 절차가 간소하고 규제를 덜 받는 탄탄한 자금줄인 만큼 단기금융업 인가 여부는 자금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초대형 IB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빅5' 증권사(미래에셋대우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중에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만 인가를 받은 상태다.

증권업계는 연내 나머지 3개사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불투명한 만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시장 선점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1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까지 2조7000억원 규모 발행어음을 조달했다. 지난달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한 NH투자증권은 연말까지 1조5000억원 규모 발행어음을 찍는다는 계획이다. 발행어음 판매 1개월만에 목표액의 절반이 넘는 80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반면 인가를 받지 못한 나머지 3곳은 초대형 IB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향후 2년간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삼성증권은 자금 조달 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