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박원순의 옥탑방 한달살기가 남긴 과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부인 강난희 여사가 19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짐을 싸고 있다. 박 시장 내외는 지난달 22일 옥탑방에 입주한 후 약 한달간의 생활을 이날 마무리 했다. 사진=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한민국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박 시장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기가 남긴 결과물이다.

일각에선 한달살기가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을 부추겼지만, 기자가 만난 대부분 주민들의 생각은 다른 듯 보였다. 지난 19일 박 시장의 강북 옥탑방 한달살기 성과보고회 발표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그동안 정치인들은 선거 때에만 잠깐 찾아왔을 뿐 그 누구도 우리 곁에 머물며 생활 속으로 직접 들어왔던 사람은 없었다"고 옹호했다. 이들은 "여름 한낮 방안 온도가 50도를 훌쩍 넘어가는 옥탑방에서 한 달 간 쇼를 하기란 힘들 것"이라며 "누구든 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해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박원순의 한달살기의 결과물이 발표된 강북구 강북문화예술센터에서 느껴지는 주민들의 박 시장에 대한 지지는 상당했다. 그동안 각종 개발에서 소외됐던 강북이 이제 기지개를 켤 것이란 기대감이 가득했다.

박 시장도 주민들의 지지에 고무된 표정으로 "수십 년 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강북 우선 투자'로 재정투자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을 강북보다 살기 좋게 만들었던 교통, 교육환경, 주거, 상업지역 등 모든 투자의 강남 우선 주의를 이제 비(非) 강남 지역 우선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비 강남지역이 상대적으로 각종 개발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선 대규모 개발 계획이 빠져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재정 투입 우선 순위의 변화는 앞으로 생활권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임을 예고한다.

모든 동네가 아파트 단지일 필요는 없다. 저층 주거지가 지닌 매력도 크다. 하지만 저층주거지의 환경도 아파트 단지처럼 쾌적해야 한다. 저층 주거지 개선이 현재 진행되는 도시재생 처럼 낮은 수준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전신주 지중화, 낡은 주택 리모델링 지원, 골목길 정비, 도서관 신설, 소규모 공원 설립,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 주변 환경이 실질적으로 변화되면서 "살기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야만 한다.

결과론적으로 좋든 싫든 박 시장이 '한달살기'의 가장 큰 수혜자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언론 주목도가 높았던 한 달이었다. "변화는 큰 곳이 아니라 작은 곳부터 시작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생활 속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