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2년차…KB증권 '투톱 CEO' 경영 성과 따져보니

올해로 합병 2년차를 맞은 KB증권의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합병 전보다 4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과의 복합점포 영업으로 위탁자산관리(WM)부문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게 주된 요인이다.


합병 효과로 규모는 확실히 커졌지만 자산운용(S&T)과 IB(기업금융) 부문 수익이 부진해 수익성 등 내실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윤경은·전병조 '투톱 CEO'가 재임에 성공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증권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59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911억원)보다 74.5% 증가했다. 이는 KB증권과 현대증권 합병 전인 2016년 상반기 순이익 358억원보다는 344%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2153억원으로 합병전인 2016년(328억원) 7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합병 첫 해인 지난해(2178억원)보다는 감소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이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옥 이전 등 일회성 비용지출이 컸다"며 "인재영입 등으로 인건비가 늘었는데 등 합병 조직이 안정되면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로는 현대증권 출신 윤경은 대표가 이끄는 WM 사업부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 고객들의 주식위탁매매와 펀드·신탁·랩 등 자산관리 영업을 하는 WM 사업부는 2016년 상반기 순이익이 224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129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민은행 바로 옆에 영업점을 내는 복합점포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 개인 자산가 유치 등 리테일 영업에서 큰 시너지 효과가 났다.



하지만 윤 대표가 총괄하는 S&T사업부는 올 상반기 1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1년 전 936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낙제 수준이다. KB투자증권 출신 전병조 대표가 이끄는 IB 부문도 올 상반기 실적은 좋지 않다. 2016년 상반기 400억원 수준이던 수익을 지난해 상반기 1057억원으로 늘렸는데 올해는 599억원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KB증권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업계 '빅7'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여기에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중 증권보다 규모가 작은 손해보험(1881억원), 카드(1686억원)보다도 이익 규모가 적어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의 각자대표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라며 "경영평가가 후반전으로 접어든 만큼 두 CEO의 물밑 사업성과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공개된 CEO 보수내역에 따르면 IB 사업부를 맡고 있는 전 대표가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대표는 올 상반기 연봉 1억6000만원과 성과급 ·기타소득 6억1700만원 등 총 7억770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상반기 5억1700만원을 받았던 윤 대표는 이연성과급 등이 줄어 올 상반기에는 5억원을 밑도는 금액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