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걸림돌될까"...트럼프의 이유있는 '연준 때리기'(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금리인상 정책을 추진 중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미국 경제의 호황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뿐 아니라 달러 강세로 무역전쟁에서 손해를 보게 만들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연준의 통화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특히 자신이 지명한 파월 의장을 계속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잇따라 연준과 파월 ‘때리기’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파월 의장)의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며 "연준은 더욱 통화완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파월 의장을 지명했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5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2번은 파월이 의장에 취임한 올해 2월 이후 단행했다. 또한 연준은 올해 2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올해말까지 2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은 힘든 무역협상 동안에 중앙은행의 정책들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지만, 미국은 연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매우 강력하게 협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길 것"이라며 "하지만 이 기간에 나는 연준으로부터 일부 도움을 받아야한다. 다른 나라들은 통화완화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분명히 중국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로 또한 조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유럽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정책와 심지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무역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와 이로 인한 달러 강세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연준도 통화긴축이 아니라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자신의 무역전쟁을 도와야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질문에 "연준이 국가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선 "내가 나의 선택에 행복하냐?"라고 자문하면서 "7년 뒤에 알려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뉴욕주 롱아일랜드 햄프턴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파월이 싼 돈(cheap money, 저금리)을 지지하는 연준의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파월은 대신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개선되고, 개선될 때 마다. 그들(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리기를 원하다"며 "나는 정말로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BBNews=뉴스1

◇트럼프 진영, "연준 정책방향, 재선가도에 걸림돌 우려"...독립성 논란 커질 듯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연일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과 파월 의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는 배경은 자신의 재선가도에 연준의 긴축통화정책이 도움이 되질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올들어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무역국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수입은 줄이고 수출은 확대해야한다. 수출확대를 위해선 달러 약세가 유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은 달러강세를 유도, 자신의 무역전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인식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경제성장률 4.1%, 실업률 3.9% 등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경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불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참모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2020년 재선 캠페인을 시작하는 시점에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백악관 경제참모들은 그동안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불문율을 무시하고 연일 연준과 파월 의장 때리기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4년 임기를 갖고 있고, 대통령이 개인적 불만으로 연준 의장을 쉽게 교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준이 이런 압력에 정책방향을 바꿀 가능성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연준의 정책변화시 압력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