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더니…22억 받아 12억도 안 쓴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유라시아 국가와의 연계성 강화,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협력위) 운영' 사업이 '시급성'을 이유로 22억이 넘는 예산을 받아갔지만, 절반이 조금 넘는 금액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배정하는 과정에서의 부적절성도 지적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2017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북방협력위 예산 총액은 22억4400만원이다. 이 가운데 52.1%인 11억7300만원이 집행됐다. 절반 가량인 3억2600만원은 이월, 7억4800만원은 불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방협력위 예산은 2017년 예산편성과정에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일반예비비를 활용해 사업을 집행했다.

예비비 집행을 위해서는 예측불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당시 기재부는 △2017년 예산편성 당시 예측이 불가했고(예측불가능성) △2017년 8월 첫 회의를 가진데다, 9월 '한-러 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했고(시급성) △다른 예산을 이·전용하는 것이 곤란하다(보충성)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예결위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설명과 달리 북방협력위 첫 회의는 2017년 12월7일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9월 초 진행됐던 한-러 정상회담 준비금이라는 것과 달리 예비비 배정이 9월7일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예산 대부분이 한-러 정상회담 이후 집행됐다는 것도 언급하며 "예비비의 '시급성'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고서는 "기재부는 예비비요건 준수여부 및 집행소요를 엄격히 검토해 예비비 편성을 지양해야 한다"며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협의를 통해 과다 편성과 불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 외에 보고서는 23조1000억원에 달하는 본예산 기준 국세수입 예산과 수납액 차이,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예산집행 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향후 집행에 있어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률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