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자진사퇴 "산중으로 돌아간다"…60일내 후임 선출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즉각 퇴진 의사를 밝힌 뒤 마지막 삼배의 예를 올리고 있다./사진=뉴스1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불신임안 확정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21일 자진 사퇴 입장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994년 법제위원장으로서 잘못된 법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이런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불교가 금권화, 정치화, 세속화되고 있는 종단 현실이 너무도 비참하다"며 "우리 종단은 바로 즉시 환골 탈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 기자회견에도 분명히 말했듯이 종단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며 "종단에 오래 머물러 자칫 권력이나 자리가 탐낸다는 인식을 주기 싫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종도들의 뜻을 규합하고 청취해 모든 의견을 종합해 들으려고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설정 스님은 불교가 단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부대중이 단합해야 한다"며 "불교라는 힘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이 절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여론몰이에 의해 내가 훼손될 때 나를 보호해주고 지켜줘야 할,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당사자들은 그렇게 열정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설정 스님은 "탐욕이 없어지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희망이 없다"며 "우리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조계사 대웅전에서 참배했다. 신도들에게 손을 흔들고 직원들과 일일히 악수를 한 뒤 조계사를 떠났다. 설정 스님은 방장으로 있던 수덕사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은처자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지난해 11월1일 자승 스님의 뒤를 이어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종단 안팎으로 퇴진 요구가 거셌고, 결국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16일 임시회를 열어 설정 스님 불신임안을 재적의원 75명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56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조계종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된 것은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후 처음이다.

불신임안 인준은 오는 22일 원로회의 인준만 거치면 최종 확정될 예정이었다. 원로회의 하루 전인 21일 설정 스님이 자진 사퇴하면서 총무원장직은 현재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이 대행하게 된다.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