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弱달러 지지하나…中 환율조작·연준 금리인상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각료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이지만 이런 관계가 중국과 무역전쟁 때문에 다소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또다시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 강한 달러가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관련 차관급 회담에서도 위안화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불평을 쏟아냈다. 그는 "우린 다른 나라들과 매우 강력하게 협상하고 있고 우린 이길 것"이라며 "그러나 이 기간 나는 연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한다"며 연준의 충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 등 3개 요건에 해당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은 1개 요건만 충족하기 때문에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발표한 연례 대외부문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가치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안화 가치가 낮은 게 아니라 달러 가치가 높은 것이란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새로운 연준 의장을 물색할 당시 제롬 파월이 '싼 돈(cheap money)'을 선호한다는 참모들의 얘기를 듣고 그를 의장에 임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파월이 의장에 취임과 함께 신속하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최근 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했다고 WSJ는 전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올들어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대비 3.65% 상승했다. 반대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같은 기간 4.8% 떨어졌다.

달러 강세가 금리 인상과 맞물려 진행되는 측면이 있지만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도 쉽게 지울 순 없는 상황이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기준환율을 장기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환율 상승은 화폐 가치 절하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미·중 무역 차관급 회담에서 위안화 약세가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F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담에서 위안화를 어떻게 정확히 다룰 것인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환율로 초기 관세로 인한 타격을 일부 상쇄했으니 위안화를 절상해 미국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집중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자문기관 유라시아도 "미 협상단이 중국 측에 위안화의 추가 절하와 관련한 경고메시지를 보낼 듯하다"고 예상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BC는 "오는 10월 발표될 재무부 반기 보고서가 인화점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깰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의 타노스 밤바키디스 외환전략부장 역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 협상 테이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