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α' 지원책, 성난 자영업자 달랠수 있을까

22일 정부와 여당이 '12조+α'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은 10.9%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이들의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지면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9일 총궐기 앞두고 대책발표=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불만을 집단표출하는 정점은 29일로 예고돼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범국민 궐기대회를 연다. 대책이 나온 이날은 집단행동을 1주일 앞둔 시점이어서 정부여당이 이를 의식해 발표일정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하락한 데는 이들의 분노가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의식한 발언이 이어진 것도 이런 배경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이번 대책으로) 한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 여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현장 소통을 지속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직면한 경영애로를 발굴하고 추가 지원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들이 살아야 한국 경제가 산다"고 강조했다.

지원대책은 외형적으로 12개 소관 부처가 참여했을 정도로 총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지원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단속기관인 경찰청까지 이름을 올렸다.


대책 발표 현장에서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을 반영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브리핑을 주관한 이상훈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100회 이상 현장방문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방청에서의 의견수렴과 타부처 내용까지 포함하면 300회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수렴을 강조한 것은 정부 대책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27곳 협단체의 이름을 명시하면서 정부의 33개 정책과제가 어떤 협단체의 건의를 수용했는지 일일이 설명했다. 일례로 상가임대차계약 보호대상 확대와 온라인 판매업자의 카드수수료 인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의 건의사항이라고 했고, 온누리상품권 발행확대나 재창업·재취업 재기지원 강화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다.

◇“당장 급한데..최저임금이란 본질도 외면”=관건은 이번 대책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느냐다. 집단행동을 이끌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번 대책을 "최저임금이란 본질을 외면했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이들을 끌어안기 힘겨워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한 로드맵 제시조차 담기지 않았다"며 "29일 광화문 총궐기대회를 예고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원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회장도 "카드수수료 부담완화 종합개편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하면 지금 당장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정부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이날 발표한 37개 대책 중 올해부터 시행되는 대책은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확대와 구내식당 의무 휴일제 확대 등 4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핵심 대책으로 강조한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은 내년 시행이 목표다.

편의점 업계도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주협의회 관계자는 “담배에 붙는 세금까지 매출로 잡는 것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에 이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 외면한 정부의 대책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편의점 출점경쟁 자율 규제와 관련해서도 “공정위가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근접 출점 자율규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큰 기대가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