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수도권 강타한 '곤파스' 학습효과에…점검 또 점검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민선희 기자,최동현 기자 =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 영향으로 서산시 인지면 송림공원 소나무가 뿌리채 뽑히는 피해를 입었다 © News1

수도권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는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의 상처가 8년 가까이 된 현재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교회 첨탑이 무너지고 전봇대가 뿌리째 뽑히는 등 크고 작은 사고로 전국에서 18명의 사상자와 이재민 1300여명과 함께 1761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긴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대형 태풍은 아니었지만,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이 태풍의 타깃이 되면서 큰 피해를 남겼었다.

22일 한반도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19호 태풍 솔릭은 2010년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와 경로가 비슷하다. 하지만 상황은 당시보다 더 좋지 않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출퇴근시간을 포함해 약 이틀간 머물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나마 곤파스가 상륙한 시점이 새벽 6시이고, 오전 중에 한반도를 빠져나가면서 인명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실명했다.

◇상가·주택 살피는 시민들…배달 중단 고려도

태풍 솔릭에 대한 예보가 뉴스에서 계속 들리자 상인들은 당장 영업 걱정부터 했다. 폭우도 걱정이지만 강풍이 예고된 만큼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이면서 회사 빌딩이 몰린 지역의 상인들은 한숨부터 쉬었다.

공덕동에서 주꾸미 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하루 장사 매출보다는 가게 창문이나 출입문이 부서질까 걱정"이라며 "점심 장사 끝나고 창문과 대문에 테이핑 작업(창문 깨짐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엑스(X)자 형태 청테이프를 붙이는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태풍 곤파스 때는 강풍으로 창문이 깨질 뻔한 악몽 때문에 비보다 바람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한 음식점이 제19호 태풍 솔릭 영향으로 휴업한다는 공지를 남겼다. 사진/SNS 갈무리. © News1

배달을 위주로 영업을 하는 외식업체들은 태풍이 잦아들 때까지 배달을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강모씨(40·여)는 "일단 (태풍)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비바람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배달 안하고 쉬려고 한다"며 "여태껏 태풍 때문에 쉰 적이 없긴 하지만 이번 태풍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3·자영업)는 "운영하는 카페 전면이 통유리로 강화유리이지만, 태풍에 입간판들이 날아들거나 하면 깨질 우려가 있고, 아직 (카페 운영 후) 강한 태풍을 겪어보지 않아서 견딜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안전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으니 하루 정도 휴업할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걱정이 되는 건 일반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김모씨(53·주부)는 "아파트 고층에 살고 있는 데다 우리 아파트가 단지 외곽이라서 태풍을 직격으로 맞을 것 같다"며 "만약에 상황에 대비해 창틀마다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휴가 취소하고 '집캉스' 선택한 직장인들

당장 이날부터 제주도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던 한모씨(34·남)는 이번주 초에 비행기 표와 호텔 숙박을 취소했다. 호텔 숙박 취소에 따른 위약금도 물어내야 했지만, 폭우를 동반한 강풍이 분다는 예보에 미리 휴가를 취소한 것이다. 한씨는 "쉬는 김에 집에서 안전하게 휴가를 보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태풍 곤파스 악몽 때문에 회사 출근마저 고민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사회 초년생인 김모씨(26·남)는 "지난 곤파스 태풍 왔을 때 고3이었는데, 그때 학교가는 길에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다칠 뻔한 기억이 있다"며 "태풍으로 일부 초·중·고등학교가 휴교령을 내린 만큼 진지하게 회사에 연차를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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