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끝나지 않은 中 위기…사드 보복보다 더하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보다 더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월 판매가 3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부진이 사드 보복보다 무서운 상황이다.

27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7월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3만18대(공장출고 기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판매가 급감했던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40% 급감한 수준이다.

사드 보복이 가장 극심했던 지난해 4~6월에도 월 3만5000대 이상을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이다. 현대차의 중국판매가 3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기아차는 지난해보다 7월 판매(1만9005대)가 5% 줄었다.


현대차의 저조한 중국 판매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중국의 자동차 수요 자체가 줄었다. 지난달 도매 기준 중국의 승용차 판매는 약 159만대로 지난해 7월보다 5.3% 감소했다. 그간 인기를 끌었던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의 판매가 8.2%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국 승용차 시장은 현재 생산과잉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5개월 연속 생산이 판매를 넘어서면서 각 회사의 재고 누적이 심화되고 있다. 재고 해소를 위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현대차와 같은 해외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7월에는 현대차 중국공장 가동이 일주일간 중단됐다. 노후생산 설비 정비와 신차투입을 위한 라인 조정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재고 조정을 위한 것도 작용했다.


상품 측면에서 보면 야심차게 출시했던 ‘엔씨노’(국내명 코나)의 신차효과가 사라졌다. 4월 출시당시 4385대가 팔렸던 ‘엔씨노’는 지난달 65대로 판매가 급감했다. 또 그간 판매를 이끌었던 ‘링동’(국내명 아반떼AD)과 현지전략 모델 ‘밍투’, ‘ix35’의 출고도 크게 줄었다.

7월 판매가 크게 부진하면서 현대차의 올해 중국 판매 목표 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9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으나 절반이 지난 지금 판매량은 41만대(1~7월)에 그쳤다. 하반기 뚜렷한 반전이 없는 한 목표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상용차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쓰촨현대 누적 판매량은 7216대로 월 평균 1000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쓰촨현대 공장의 연간 생산캐파는 16만대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자본잠식에 빠졌고, 지난해부터 관련 채권을 모두 손실 처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현대차가 지난해 사드 보복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7월 기점으로 꺾였다”며 “사드 보복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중국 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 '중국상품담당'을 새로 만들고 연구개발본부장인 권문식 부회장이 겸직하도록 했다. 권 부회장은 R&D(연구개발) 전문성과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중국 특화 상품 전략 수립 및 제품 경쟁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수기인 여름 이후 성수기를 대비하고자 재고 축소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판매가 크게 줄었다"며 "기아차 ‘KX1’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투입해서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월드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소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엔씨노(국내명 코나)의 출시 행사를 가졌다. (왼쪽 두번째부터) 설영흥 현대차그룹 중국사업 담당 고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쉬허이 베이치그룹 동사장.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