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경영비리' 신동빈 롯데 회장, '징역 14년' 구형…"최순실 몰랐다"

머니투데이

박보희 , 김종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와 경영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심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14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 재판에서 신 회장은 "국가 경제와 그룹을 위해 다시 한번 일할 기회를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 명목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2000억원대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에 대해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거절할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선수 육성 위한 요청이었고, 요청받은 재단도 저희 그룹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출연했던 공식 재단이었기떄문에 그 재단에 사익 추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청탁 대상으로 지적한 롯데타워 면세점 특허권 관련 문제는 "(많은) 현안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룹 매출의 0.7%밖에 안되는 것으로 중요한 현안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에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 회장은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었고 모든 현황을 파악하고 지시했다"며 "회사를 배신하고 총수 일가의 편에 서서 사익을 택한 것으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 기업 수익을 총수 일가가 빼먹는 범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담백하게 검찰의 증거를 기초로 상식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고 평등한 양형 기준에 따라 형을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영비리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신 회장의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에게는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징역 5년에 벌금 125억원,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관계인 서미경씨는 징역 7년에 벌금 2200억원으로 1심과 같은 형량이 구형됐다. 다만 검찰은 1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2000억원을 구형했던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10년에 벌금 2200억, 추징금 32억원여원을 구형했다.

신 총괄회장은 앞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과 나이를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신 전 이사장은 징역 2년, 서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신 전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13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재취득을 위한 청탁 대가로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혐의도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을 따로 다뤘지만, 2심에서는 병합해 심리했다. 1심에서 신 회장에 대해 검찰은 경영비리와 관련해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 국정농단 뇌물 사건과 관련해서는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경영비리 관련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뇌물 사건 관련 징역 2년6월을 선고하면서 신 회장은 법정 구속됐다.

신 회장은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순수한 지원 요청이라고 생각해서 기부금을 냈지, 면세점 사업을 하기 위해 뇌물을 준 게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신 회장은 "저희 그룹 내에서 '성공한 창업자'로서의 아버지의 권위는 절대적이고 누구도 총괄회장님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저도 2011년 그룹 회장에 취임했지만 실질 권한은 다 총괄 회장이 가지고 있었고, 날마다 그룹 계열사들이 총괄회장께 업무보고 하는 회의에서도 제 의견을 말씀드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늘 10월5일 오후2시30분 신 회장과 롯데 일가에 대한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