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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부채의 역습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8.08.31 03:39|조회 : 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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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없이 수요는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산시장에선 수급보다 유동성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이유로 “글로벌 과잉유동성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은 적이 있다. 수요억제·공급확대라는 틀만으로 어찌해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집값을 밀어올린 건 글로벌 유동성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이 세계 곳곳에 퍼졌다. 한국만 예외일 순 없었다.

게다가 지난 정부는 “빚을 내 집을 사라”며 부동산시장 부양정책을 폈다. 통화공급 확대와 초저금리로 돈의 가치가 떨어진 데다 투기적 욕망까지 가세해 수요가 폭발했다. 그 결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 말 136.4%로 낮지 않았지만 지난 1분기 말 160.1%로 더 높아졌다. 부채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부채를 더 늘려 미뤄놓은 탓이다.

가계부채 잔액은 2014년 말 1085조3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5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소득보다 가계부채 느는 속도가 더 빨랐고 집값은 부채에 기반해 GDP(국내총생산)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범람하는 국내외 유동성에다 수요만큼 공급도 옥죈 정부의 8·2 조치는 정책설계의 오류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든 간에 수급 불균형을 야기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잠겨 집값은 더 치솟았다.

8년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를 100%까지 빼주고 장기보유특별공제에다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감면 등과 인센티브를 준 것은 매물의 씨를 말린 최악의 한 수였다.

‘재건축 멸실효과 등으로 서울에 집이 모자라는 데다 재건축 지연으로 4~5년 뒤 서울의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신앙 수준이 됐다. 정부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추며 지난 정부의 정책을 되돌렸음에도 수요자들은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등으로 우회해 집을 샀다.

보류한다고 했지만 박원순 시장의 용산-여의도 통개발 계획은 투자자들을 흥분시켜 집값 급등이란 결과를 낳았고 실수요자들은 영영 서울에서 집을 사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패닉에 빠지거나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 그러나 하늘까지 자라는 나무는 없듯 집값도 무한정 수직상승할 순 없다. 유동성 공급이 무제한으로 이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경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계속 오르는 현상이 지속가능할 순 없다. 금리를 그대로 두면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한미간 금리격차가 벌어져 자본이탈의 위험성이 점증할 것이다.

대내적 요인뿐 아니라 대외적 충격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빠져나가면 자산가격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늘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주는 게 자산의 특징이므로 수급에 근거한 서울불패의 논리가 무력화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부동산시장에 대해 규제의 역습을 말하는 강세론자들이 다수지만 부채의 역습이 오면 약세론자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광화문]부채의 역습
문제는 그 시점에 높은 가계부채가 부메랑이 돼 부동산시장을 덮칠 것이고 은행의 돈벌이였던 대출은 은행의 골칫덩이를 넘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시장이 “비이성적인 과열”이라며 부랴부랴 현장점검에 나서고 대출용도와 달리 쓴 경우 후속조치도 내놓겠다고 하는데 실효성을 높이려면 과거와 다른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수급의 균형이 무너졌다면 남은 방법은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을 통한 유동성 축소밖에 없다는 것은 당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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