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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위의 편지]모히또에서 몰디브를? 쿠바의 술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입력 : 2018.09.0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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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의 칵테일. 맨 앞이 모히또./사진=이호준 여행작가
여러 가지의 칵테일. 맨 앞이 모히또./사진=이호준 여행작가
쿠바는 술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아바나의 밤거리는 날마다 술과 음악과 함께 젖어간다. 현지인과 여행자가 어울려 칵테일을 마시고 함께 춤을 추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칵테일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안상구 역으로 나오는 배우 이병헌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뱉은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말은 꽤 오랫동안 유행을 탔다. 그 유행어에 따라 모히또 하면 몰디브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칵테일 모히또(Mojito)의 고향은 누가 뭐래도 쿠바다. 그리고 쿠바와 몰디브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쿠바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다면 몰디브는 서부아시아 남부 인도양 중북부에 위치해 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쿠바에 가면 모히또 한 잔쯤은 앞에 놓고 앉기 마련이다. 살사하면 쿠바를 떠올리듯, 모히또 역시 쿠바를 상징하는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나 유럽의 누군가는 '오리저널' 모히또를 마시기 위해 쿠바를 찾기도 한다.

헤밍웨이가 자주 갔다는 바 'LA BODEGUITA DEL MEDIO'. 골목이 인파로 북적거린다./사진=이호준 여행작가
헤밍웨이가 자주 갔다는 바 'LA BODEGUITA DEL MEDIO'. 골목이 인파로 북적거린다./사진=이호준 여행작가

내가 쿠바에서 모히또를 처음 만난 것은 아바나의 레스토랑 겸 바 'LA BODEGUITA DEL MEDIO'였다. 보통 '라 보데기타'라고 부르는데, 헤밍웨이가 이곳에서 자주 모히또를 마셨다고 한다(헤밍웨이가 라 보데기타에 간 적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누군가가 인사동 허름한 술집 벽에 제 이름을 써놓듯, 헤밍웨이 역시 라 보데기타의 벽에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내 모히또는 라 보데기타, 내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타")라는 낙서를 남겼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그곳이 모히또의 명소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명성 덕분에 라 보데기타는 늘 인파로 북적거린다. 올드 아바나를 헤매다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을 때, 여행자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라 보데기타다. 내가 그곳에 갔을 때도 마치 각설이패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오일장마당 같았다. 처음에는 그 엄청난 인파를 뚫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넘겨다보이는 바텐더는 모히또를 만드느라 손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돌아서면 서운할 것 같았다. 밀집대형을 무너뜨리며 조금씩 전진해서 무사히 모히또를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확보한 모히또를 길바닥에 앉아서 찔끔찔끔 마셨다. 첫맛은 짜릿했다. 알코올 기운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첫 모금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비로소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톡 쏘는 맛? 새콤달콤한 맛?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그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 바로 모히또의 진정한 맛이었다. 한국에도 모히또를 파는 집이 여럿 있지만, 선입감 때문인지 민트 향의 차이 때문인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쿠바의 대표적인 칵테일로 보통 세 가지를 꼽는다. 모히또 외에 다이끼리(Daiquiri)와 쿠바 리브레(Cuba Libre) 역시 유명하다. 모두 럼을 베이스로 한다. 모히또에는 라임 장식까지 일곱 가지의 원료가 들어간다. 맨 먼저 라임주스에 설탕을 넣고 녹인 뒤 민트 잎을 넣고 적당한 향이 나오도록 부드럽게 찧는다. 민트는 예르바 부에나(Yerba Buena)라는 것을 여섯 장 쯤 넣는데 스피아민트(Spearmint)와 같은 향신료다. 한국에서 모히또를 만들 때는 페퍼민트나 애플민트를 주로 쓴다. 다음에 얼음, 화이트 럼, 소다수를 넣고 라임으로 장식한다. 설탕이 잘 녹도록 젓고 스트로로 민트를 살짝 찧어서 한 모금 마시면 라임주스의 새콤함, 그리고 설탕의 달콤함과 어울린 럼의 강한 맛이 느껴진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쉽게 즐길 정도로 부드럽다.

모히또의 재료가 되는 술은 럼이다. 럼은 옛날부터 선원들이 많이 마셨다. 발효된 당밀이나 사탕수수의 즙을 증류해서 만드는데 카리브해의 서인도 제도, 바하마 제도에서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에서 칵테일에 쓰는 럼은 아바나 클럽(Havana Club)이다. 원래는 바카디(Bacardi)를 썼다. 바카디는 지금도 증류주 중에서 세계 최대의 출하량을 자랑하는 빅 브랜드다. 스페인 이민자인 돈 파쿤도 바카디 마소가 1862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서 쿠바의 대표 럼으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뒤인 1960년 철수하게 된다. 물론 국외로 생산 거점을 옮겨서 럼을 계속 제조했다.

바카디가 사라진 뒤 쿠바의 대표 럼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바나 클럽(Havana Club) 이다. 이 럼 역시 조금 복잡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미국 외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쿠바산 아바나 클럽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푸에르토리코산 아바나 클럽은 동명의 다른 브랜드다. '아바나 클럽 인터내셔널'에서 생산하는 게 쿠바산이고, 또 다른 아바나 클럽은 바카디사가 생산해서 미국에서 팔고 있다.

쿠바의 럼주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사진=이호준 여행작가
쿠바의 럼주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사진=이호준 여행작가

한국인들이 쿠바에 가면 보통 한두 병의 아바나 클럽을 사오기 마련인데, 럼 좀 아는 사람들은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를 사라고 권하기도 한다. 아바나 클럽보다는 바카디 맛에 더 가깝다나? 아바나 클럽이든 산티아고 데 쿠바든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다.

인구 1100만 명에 불과한 나라치고는 음주문화가 무척 발달한 곳이 쿠바다. 맥주도 부카네로(Bcanero)와 크리스탈(CRISTAL) 등 두 종류가 있다. 부카네로는 흑맥주에 가까워서 맛이 진하고 크리스탈은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간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음료를 고르라고 하는데, 나는 매번 크리스탈을 선택했다.

쿠바에 술 문화가 발달한 것은 노래와 춤이 발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서구의 피지배자로 살아온 고난의 시간을 술로 견뎠다는 뜻도 될 것 같다. 사회주의 국가가 무슨 술을 그리 많이 마시느냐고? 그런 생각이야 말로 편견이다. 이데올로기가 모든 삶의 양태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신나게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고 있다.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모히또에서 몰디브를? 쿠바의 술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8월 31일 (17:1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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