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재發 유가 놓고 엇갈린 전망…문제는 中의 수요

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촉발된 유가 상승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의 원유 소비량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투자 회사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에너지 전문가는 3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를 언급,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가 잠재적으로 배럴당 85~95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가 잃게 될 이란산 원유는 (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올겨울까지 WTI 가격이 지금보다 30%는 뛸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뉴욕상업소(NYMEX)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장대비 0.43% 오른 배럴당 70.1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0월물도 78.01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오만의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 룸히 석유가스부 장관은 유가가 9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한 CNBC 기자의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올해는 70달러 선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 룸히 장관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보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를 더 걱정했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공급에 초점을 맞추는데 수요도 공급 못지않게 (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우린 양쪽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레인의 세이크 무함마드 빈 칼리파 알 칼리파 석유장관도 "수요 부문에 리스크가 있다"면서 중국이 현재의 소비를 유지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가 중국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쳐 원유 수요량을 끌어 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 룸히 장관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각한 무역분쟁이 있을 경우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이는 우리(중동 산유국)의 생산과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상하이증권보는 중국 정부가 4일 0시를 기해 석유 제품 가격을 조정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추세를 고려했을 때 휘발유와 디젤유가 1톤당 190위안(약 3만 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일반 운전자가 승용차의 50ℓ짜리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려면 전보다 7.5위안을 더 내게 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하루 840만 배럴을 수입해 790만 배럴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다. 중국의 지난 7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848만 배럴이었다.